올해 미술 시장이 사상 최초로 1조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거래액에서만 이미 5000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게다가 9월에는 세계적 아트페어인 프리즈(Frieze)가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Kiaf)와 같은 기간에 개최될 예정이라 하반기 매출은 상반기를 압도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중이다.
문화체육관관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한국미술시장정보시스템(K-ARTMARKET)은 2022년 상반기 한국 미술 시장의 규모를 약 5639억 원으로 추산했다고 7일 발표했다. 지난해 시장 규모 추산치 9157억 원의 61% 수준이다.
아트페어의 인기가 눈에 띈다. 상반기에 열린 화랑미술제·아트부산 등 6개 아트페어의 작품 거래금액은 1429억 원(자체 발표 기준)으로 전년 동기 580억 원 대비 165% 증가했다. 상반기 매출만으로도 지난해 아트페어 전체 매출액 추정치인 1543억 원에 근접했다. 아트부산이 746억 원, 화랑미술제가 177억 원어치 작품을 판매해 두 배 이상의 매출 증대를 보였다. MZ세대를 타깃으로 아트페어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더프리뷰’는 방문객이 전년 6000명에서 1만 8000명으로 200% 이상 증가했다. 상반기 아트페어 총 방문객은 36만 6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국내 경매시장의 규모는 1450억 원으로 전년 동기(1448억 원) 대비 소폭 증가 수준에서 호황세를 ‘유지’했다. 미술품 분할소유권 시장은 310억 원 규모로 파악됐다.
센터 측은 “올해 경기 침체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 및 현금 유동성 감소에 따른 작품 구입 위축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시작된 한국 미술 시장의 성장세는 올해 상반기까지 완만하게 이어지고 있다”면서 “아트페어가 미술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미술품을 감상·소장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데다가 대형 백화점이 미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미술 시장에서 아트페어의 위상이 부쩍 높아진 가운데 키아프는 전년 대비 “세 배 가량의 매출 증대”를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9월 2~6일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키아프 서울’과 같은 기간(2~5일) 프리즈가 열려 해외 미술계 주요 ‘큰손’들의 입국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은 “지난해 역대 최대치인 650억 원의 매출을 거뒀는데 프리즈와 함께 열리는 올해는 그 세 배 정도를 기대한다”면서 “다만 경기 둔화와 코로나 재확산 등의 위험 요소가 있기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키아프에는 17개국의 화랑 164곳이 참여한다. 신설 위성아트페어인 ‘키아프 플러스(Kiaf+)’는 9월 1~5일 강남구 세텍에서 열리며 11개국의 갤러리 73곳이 참여한다. 젊은 작가를 중심에 두고, 대체불가토큰(NFT) 등 뉴미디어 아트를 중점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다 프리즈에 참가하는 110여 갤러리까지 더하면 9월 초에만 약 350개의 굵직한 화랑들이 장터를 여는 셈이다.
또 키아프는 프리즈와 ‘통합입장권’을 운영하기로 했다. 런던·뉴욕·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는 기존 프리즈 입장권의 가격은 75달러 안팎이며 VIP서비스 제공 등에 따라 200달러 이상인 경우도 있다. 입장권 가격은 협의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MZ세대를 겨냥한 ‘어반브레이크’ 등도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