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동 전문기업인 제로투세븐이 매각 절차를 밟는다. 제로투세븐은 매일홀딩스 계열사였으나 2019년 오너가 형제의 지분 정리 과정에서 독립한 회사다. 최근 출산율 저하로 유·아동용품 시장 규모가 줄고, 한중 관계 악화 등의 영향으로 해외 실적이 부진하자 결국 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7일 패션 및 투자업계에 따르면 제로투세븐이 매각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씨케이코퍼레이션즈가 갖고 있는 지분 39.82%를 비롯해 김정민 대표 6.94%, 김오영씨 6.56% 등 주요 대주주의 지분인 60%가량이 매각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 매각가는 200억 원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로투세븐 관계자는 “매각과 관련해서는 전혀 사실과 무관하다”면서도 “패션 사업의 수익성 강화를 위한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로투세븐의 주력 사업은 유·아동복 브랜드 알로앤루·알퐁소와 화장품 브랜드 궁중비책이다. 매일홀딩스의 주력 계열사인 매일유업과 함께 유아동 시장에서 시너지를 낸다는 목표로 2000년 첫 출범했다. 하지만 매일유업의 형제간 지분 정리 과정에서 제로투세븐의 계열 분리가 결정됐다. 매일홀딩스가 제로투세븐의 주식을 모두 처분하면서 매일유업 창업주인 고(故) 김복용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정완 회장이 매일홀딩스를 맡았고, 제로투세븐은 3남인 김정민 회장이 가져갔다. 제로투세븐은 최근까지 전문경영인인 이충하 사장이 각자 대표로서 함께 이끌었으나 지난달 말 오너 단독 경영 체제로 전환, 김정민 회장이 단독 대표를 맡게 됐다. 매각을 염두에 둔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2019년까지 면세 채널을 중심으로 고성장을 이어온 제로투세븐은 2020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계속되는 출산율 저하도 회사의 발목을 잡았다. 유·아동용품 시장 규모가 작아지면서 2년 사이 매출이 반 토막이 됐다. 국내 연간 합계 출산율은 2018년 0.98명,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으로 4년 연속 1명을 밑돌고 있다. 이에 따라 2019년 약 2136억 원이었던 제로투세븐의 매출은 지난해 1120억 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12억 원에서 지난해 23억 원으로 감소했다. 특히 패션사업부의 경우 지난해 연간 약 8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도 241억 원, 1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0%, 10.3% 줄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된 소비 변화에 대한 대응도 신통치 못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대대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축소한 제로투세븐은 올해 1월 비대면 쇼핑 트렌드 확대에 발맞춰 공식 자사몰인 ‘제로투세븐닷컴’의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을 소비자들의 쇼핑 편의성을 높여 개편했다. 하지만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제로투세븐의 지난달 월 활성이용자 수(AOS·iOS 합산)는 2만 여 명으로, 1년 전 3만 여 명과 비교해 오히려 약 30% 줄었다.
이밖에 제로투세븐은 궁중비책 등 화장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중국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2015년 제로투세븐트레이딩홍콩의 지분 100%를 취득한 바 있으나, 지난해 해당 법인을 청산 완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수출 부분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실적을 거둔 것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패션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 때 중국 본토에서 불티나게 팔릴 정도로 경쟁력이 입증된 브랜드”라며 “과감한 마케팅과 투자로 브랜드 재정비를 한다면 충분히 다시 부활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