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7일 이준석 대표의 성접대 의혹 관련 징계 여부를 2차로 심의했다. 이 대표의 정치적 생명은 물론 정권 초기 집권 여당의 권력 구조까지 상당한 파장이 예상돼 지도부가 공식 일정을 취소하는 등 여권은 숨을 죽이고 결과를 지켜봤다. 윤리위가 어떤 결론을 내놓든 한쪽은 반발하고 상대편에는 책임론이 씌워질 수 있어 당분간 이 대표와 친윤계 세력 간의 충돌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리위는 이날 오후 7시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이 대표의 성접대 관련 증거인멸 교사 의혹 및 품위 유지 위반 관련 2차 심의를 진행했다.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이 대표를 겨냥한 듯 “너무 터무니없는 말이 난무하고 있다”며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윤핵관에 의해 기획된 징계, 윤리위를 해체할 권한이 대표에게 있다 등은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어떠한 정치적 이해 득실도 따지지 않고 오롯이 사회적 통념과 기준에 근거해 사안을 합리적으로 심의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회의에 참석해 윤리위를 상대로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소명했다. 회의 입장 전 이 대표는 “무겁고 허탈하다는 생각이다. 대선 승리 후에도 어느 누구에게도 칭찬 받지 못했다”며 표리부동한 당내 인사들 때문에 마음 고생이 많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울먹였다. 윤리위는 이 대표에게 성접대 연루자와의 사실 확인서 및 투자 약속 증서 작성 배경, 지시 여부 등 자초지종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심의 뒤에도 이 대표의 거취와 당권을 둘러싼 분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리위의 4가지 징계 수위(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고, 제명) 중 ‘당원권 정지’ 이상이 나오면 이 대표가 당 대표직에서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지 기간 동안 최고위 의장석이 공석이 되는 등 지도부 공백 사태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징계 자체가 곧 ‘대표직 사망 선고’라는 관측도 있다. 한 여당 관계자는 “수위를 막론하고 짊어져야 할 정치적 책임은 똑같다”고 말했다. 이 경우 친윤계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지도부 총사퇴론이 불거질 수 있다.
여론의 부담을 덜게 된 친윤계 인사들은 도덕적 흠결을 빌미로 이 대표에 퇴진 요구를 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 여권에서는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과 차기 당권 주자의 이름이 거론된다.
이 대표는 재심 청구,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으로 버티기에 돌입하며 친윤계와 전면전을 치를 가능성이 점쳐진다. 아울러 2024년 총선 공천권 확보를 위한 당 대표 임기 개정, 차기 지도부 구성 문제 등은 또 다른 갈등의 뇌관이다. 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윤리위 이후 당의 질서가 윤핵관 중심으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잡혀갈 것”이라며 권력 재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대표가 수용 가능한 ‘징계 불발’의 경우에도 갈등 봉합을 기대하기 힘든 것은 매한가지다. 성접대 족쇄에서 풀려난다면 이 대표는 공천 개혁 등 윤핵관들에게 각을 세우는 방식으로 주도권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지금 윤리위를 해서 가장 신난 분들은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분들”이라며 윤리위의 배후설을 암시해왔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YTN 방송에서 “윤리위가 어떤 결정을 낸다고 해도 이 상황은 봉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리위가 적절했느냐를 두고 당내 갑론을박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한 비(非) 친윤계 중진은 “(경찰 조사 발표 전) 확실한 근거 없이 당원들이 선출한 대표를 윤리위에 올리는 것조차 바람직하지 않다”며 “집권 여당의 대표가 흔들리면 새 정부도 순탄하게 갈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당 내에서는 윤리위 결과에 승복해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선제적으로 나왔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이 대표의 행태에 문제가 있지만 미움만으로 당 대표를 끌어내린다면 도로한국당으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어떤 결론도 받아들이고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이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비공개 행보에 몰두하는 등 여권은 초긴장 상태였다.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가 예정됐지만 성원 미달을 이유로 이례적으로 개최가 취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