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옷을 빌려 입고 그 사람인 척하는 걸로 돈을 버는 게 제 직업이죠”
할리우드 스타 톰 행크스가 영화 ‘엘비스’에서 중절모로 대머리를 감춘 탐욕스러운 매니저 톰 파커 대령으로 다시 한번 변신에 성공했다. 무명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를 ‘로큰롤의 제왕’으로 키워낸 스타 메이커가 화면에 등장했을 때 그의 독백이 아니었다면 몰라봤을 정도다. 신예 오스틴 버틀러가 연기한 엘비스가 아니라 프레슬리의 인생에서 은인이자 악인인 톰 파커 대령이 이 영화를 끌고 가는데 그이기에 가능했다.
톰 행크스는 “바즈 루어만 감독이 엘비스 영화 이야기를 꺼내며 ‘톰 파커 대령이 없었으면 엘비스가 없었다’고 캐릭터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내 첫마디는 ‘시간 낭비 하지마...’였다. 그러나 톰 파커 대령이 얼마나 위대한 협잡꾼인지 지치지 않고 떠들어대는 바즈(루어만 감독)로 인해 7분 만에 ‘아임 유어 맨’을 외쳤고 결국 촬영장에서 매일 5시간 특수 분장을 받고 있었다”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프레슬리의 매니저였던 파커 대령의 시선에서 재구성된 영화 ‘엘비스’는 그렇게 탄생했다. 행크스는 “무대에서 다리를 흔들어대며 노래하는 엘비스는 ‘금단의 열매’였다. 하지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재능을 지닌 그가 행사할 ‘문화적 힘’을 내다본 존재가 톰 파커 대령이라는 바즈(루어만 감독)의 한 마디가 나를 감질나게 했다”고 밝혔다.
우렁찬 목소리와 넘치는 유머로 어딜가나 환영받는 톰 행크스는 지난 칸 영화제 회견장을 들어서면서도 “바즈 루어먼! 바즈! 바즈! 바즈!”를 외치며 분위기를 띄웠다. 영화 속 배불뚝이 톰 파커 대령의 탐욕은 간데없고 ‘포레스트 검프’처럼 홀쭉해진 모습이었다. 톰 행크스는 “파커 대령에 관한 수많은 일화를 종합하니 한 마디로 ‘유쾌한 사람’이었다”고 말을 꺼냈다. 파커 대령은 서커스 카니발의 영리한 사기꾼이고, 엘비스 사진을 원하는 아이에게 기어코 25센트를 더 받아내는 싸구려 같은 면이 있다. 라스베가스 카지노에서 2,500만 달러를 뜯어내 막대한 돈을 챙기면서 엘비스의 수입 절반을 수수료로 앗아간 악독한 매니저이기도 했다. ‘대령’이라는 칭호는 루이지애나 주지사 지미 데이비스의 선거 캠페인을 도운 댓가로 받은 명예 계급장이었다고 설명했다.
톰 행크스는 “그는 ‘재미’를 내세워 돈을 벌었다”며 1956년 ‘펠비스’(골반) 엘비스를 데리고 무슨 마법을 부린거냐는 물음에 대한 파커 대령의 대답을 인용했다. “‘지난해 내 아이(엘비스)는 백만 달러 가치의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올해 그 아이의 주머니에는 백만 달러가 있다’고 답했다. 쇼 비즈니스 세계를 보여주는 선구자적 혜안”이라고 밝혔다.
바즈 루어만 감독은 이 영화에 엘비스가 좋아하는 ‘만화’ 컷을 삽입했다. 1970년 MGM이 5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담은 엘비스의 공연실황(Elvis: Thats the Way It Is)의 실제 목소리를 섞었고 다큐멘터리 ‘엘비스 온 투어’의 화면 분할 편집도 살려 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격정적인 허리 아래 흔들기, 열광하는 관중들의 변해가는 표정 포착은 전설의 스타에 대한 향수를 살려낸다. 무엇보다 가스펠 예배 현장에 잠입해 신들린 듯 흑인 음악에 몰입하는 어린 엘비스의 연기가 일품이다./ 하은선 미주한국일보 부국장, HFPA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