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핵심 의혹은 빼고 징계…"최악의 경우 당대표 두명 될 수도"

[이준석 대표 중징계]사유·절차 두고 논란

의혹 본체인 성상납은 판단 않고

파생된 의혹으로만 징계 모순

"수사·재판 없이 판단은 부적절"

李, 징계 처분 보류 버틸 가능성

업무정지로 전대 개최는 불가능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권성동(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8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 ‘당원권 6개월 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이에 대한 적절성이 도마에 올랐다. 현직 당 대표에게 중징계를 내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지만 정작 그 처분 근거가 빈약해서다. 징계처분 근거가 명확하지 않으면 향후 윤리위원회 징계 심의를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 악용할 여지가 생긴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당 대표 권한을 누가 행사하는지도 논란이다. 윤리위가 의결한 징계처분권이 당 대표에게 있어서다. 이 대표는 처분권을 행사해 징계를 보류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리위 의결로 징계 효력이 발생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국민의힘은 현재 직무대행 체제”라고 선언했다. 집권 여당에 당 대표가 두 명인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 대표는 수사·재판이 진행되지 않은 사안에 대한 중징계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KBS) 방송 인터뷰에서 “통상 수사·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그 결과를 보고 윤리위가 징계처분을 내리는 것이 정치권의 통용된 관례였다”며 “대법원 판결이 끝난 사안의 처분은 미루면서 저에게 중징계를 내린 데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리위에는 ‘KT 채용 청탁’ 혐의로 대법원 유죄 판결을 받은 김성태 전 의원과 ‘강원랜드 채용 비리’로 실형이 확정된 염동열 전 의원이 제소돼 있다.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은 이 대표에 대한 징계처분을 발표하며 “김 전 의원과 염 전 의원에 대한 안건은 다음 회의 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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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핵심 의혹은 판단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면서 거기서 파생된 의혹만 징계 대상으로 삼은 것도 논란의 원인이 됐다. 이 위원장은 “투자 유치 약속 증서 작성 사실을 몰랐다는 이 대표의 증언을 믿기 어렵다”면서도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판단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천하람 변호사는 “의혹의 본체인 성상납 여부가 판단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투자 유치 약속 증서를 써주느냐”며 “논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당장 당 대표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문제다. 윤리위 징계 의결 이후 당 대표의 처분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면 이 대표가 여전히 대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지만 징계 의결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고 해석하면 권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을 대행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아직 본인에게 대표 권한이 있다고 보고 “윤리위 의결이 납득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될 경우 징계처분을 보류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11일 최고위원회를 개최할 생각이냐는 질문에도 “주말간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반면 권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실무자들로부터 보고 받은 결과 지금까지 모든 징계는 윤리위 징계 의결과 함께 처분이 통보됐다”며 “이 대표가 인정하든 하지 않든 국민의힘은 현재 직무대행 체제”라고 공언했다. 이후 권 원내대표는 비공개 최고위를 소집한 뒤 “당 윤리위는 국가로 치면 사법부에 해당하므로 결정을 수용해야 한다”며 “다음 주 최고위는 제가 주재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천 변호사는 “당헌·당규가 당 대표 징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져 있다”며 “법률적으로 여전히 이 대표에게 당 대표 권한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대표가 버티면 최악의 경우 당 대표가 두 명이 될 수도 있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이 대표에게 당 대표 권한이 남아 있다고 해도 실제로 이 대표가 윤리위 의결을 뒤집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자신의 징계를 스스로 뒤집는 것은 미래를 담보로 잡는 정치적 도박”이라며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가 ‘징계 취소’가 아닌 ‘징계 보류’를 꺼내든 것도 ‘셀프 취소 논란’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 역시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당 대표가 징계처분을 취소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징계를 취소할 특별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고 답했다.

한편 권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이 아닌 ‘직무대행’을 선언한 것 역시 차기 지도부 구성 논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당헌 29조에 따르면 원내대표는 당 대표가 ‘궐위’ 때는 ‘권한대행’을, 당 대표가 ‘사고’인 경우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권 원내대표는 “과거 김순례 최고위원도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은 뒤 복귀한 전례가 있다”며 “6개월 동안 업무가 정지된 뒤 복귀하니 ‘사고’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당내 일각에서 주장하는 전당대회를 개최하려면 당 대표가 궐위 상황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때도 권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지더라도 이 대표가 대표직에서 자진 사퇴하지 않는 이상 전당대회 개최는 어려워진다. 이에 윤리위 결정을 근거로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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