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나 리바키나(23위·카자흐스탄)가 윔블던 테니스대회(총상금 4035만 파운드)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하며 카자흐스탄 테니스의 새 역사를 썼다.
리바키나는 10일(한국 시간)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온스 자베르(2위·튀니지)를 상대로 1시간 47분 만에 2 대 1(3 대 6 6 대 2 6 대 2) 역전승을 거둬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리바키나는 테니스 메이저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한 카자흐스탄인으로 기록됐다. 이전까지 남녀 통틀어 카자흐스탄 선수의 메이저 최고 성적은 리바키나가 지난해 프랑스 오픈에서 거둔 8강이었다.
올해 윔블던에는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책임이 있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적 선수들의 출전을 금지했는데, 공교롭게도 리바키나는 1999년 6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선수다. 부모가 모두 러시아인이고, 리바키나는 성인 무대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첫 해인 2018년 6월 국적을 러시아에서 카자흐스탄으로 바꿨다. 주니어 시절 러시아의 명문 테니스 클럽에서 훈련한 그는 카자흐스탄 테니스협회에서 미국 대학 진학 등 경제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카자흐스탄 국적을 받아들었다.
이날 리바키나와 자베르 모두 처음으로 메이저 결승에 섰다. 1세트는 리바키나보다 5살 많은 자베르의 노련함이 앞섰다. 장기인 정교한 샷과 네트 플레이로 리바키나를 제압했다. 하지만 2세트부터 흐름이 달라졌다. 장신(184cm) 리바키나의 주무기인 서브가 살아나면서 자베르를 몰아붙였다. 최고 시속 193km의 강서브에 정교함까지 더해 여유롭게 2세트를 가져간 리바키나는 3세트까지 기세를 이어가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우승을 확정한 리바키나는 오른팔만 번쩍 들어 올렸을 뿐 최대한 세리머니를 자제했다. 담담한 표정으로 장비를 정리한 뒤 코치진, 가족들과 간단히 기쁨을 나눈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며 “너무 많은 감정이 들었지만 그저 침착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국적과 관련해서는 “나는 카자흐스탄 선수이고, 내가 태어난 나라(러시아)를 선택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나를 믿어주고 많은 도움을 줬다”며 새 조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준우승한 자베르는 “리바키나가 타이틀을 차지할 자격이 있다”고 축하한 뒤 “그에게 세리머니를 하는 법을 가르쳐야 할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지는 여유를 보였다.
한편 한국 여자 간판 장수정(155위·대구시청)은 생애 처음으로 여자프로테니스(WTA) 대회 정상에 올랐다. 같은 날 스웨덴 베스타드에서 열린 노디아 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리베카 마사로바(146위·스페인)를 2 대 1로 물리쳤다. 노디아 오픈은 WTA 투어보다 한 등급 낮은 WTA 125K 시리즈 대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