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당장 급한데…비급여 지급기준·요양산업 활성화 '감감 무소식'

[다시 기업을 뛰게하자] 2부- '규제 주머니' OUT

<12> '같은 종목 다른 룰' 적용받는 카드·보험사

보험사 규제개선 TF 1년째 중단

尹정부 '규제 개혁' 외치고 있지만

당장 필요한 부분은 논의 '제자리'

작년 실손보험 적자 2.8조 최대치

요양시설 규제에 성장 동력도 험난








KB골든라이프케어 서초빌리지 사진제공=KB손보KB골든라이프케어 서초빌리지 사진제공=KB손보



윤석열 정부가 규제 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보험사들에 당장 필요한 규제 해소는 감감무소식이다. 실손의료보험 적자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는 비급여 문제 해결은 진척이 없고 보험사의 신성장 동력 중 하나로 꼽히는 요양 산업 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의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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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금융 당국과 보험 업계가 참여하고 있는 ‘비급여 보험금 누수 방지 태스크포스(TF)’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백내장·도수치료 등 9개 비급여 항목 심사 기준 강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관련된 공식 발표는 없었다. 보험 업계에서는 TF를 통해 비급여에 대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나와 실손보험 적자 해결을 위한 물꼬가 트이길 기대하고 있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의 보완형으로 도입돼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급여 의료비의 본인 부담금과 비급여 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이다. 웬만한 사람들은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어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실손보험 적자 폭이 해마다 심화되면서 보험사 경영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손익은 2조 8602억 원 적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는 적자가 3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급 비율인 위험손해율도 2019년 이후 13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료로 1만 원을 받았지만 1만 3000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는 보험사가 늘 뿐만 아니라 보험사들이 건전성 위기로 파산할 수도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악화되는 것은 백내장·도수치료 등 비급여 의료에 대한 지급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비지급 항목에 대한 과잉 진료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전체 지급 실손보험금(11조 1000억 원) 중 급여는 4조 원인 데 비해 비급여는 7조 1000억 원 수준으로 비급여 비중이 훨씬 크다. 결국 정부가 나서 의료계와 함께 비급여 의료의 가격·급여 기준과 치료의 적절성 등에 대한 평가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손보험 등의 손실에다 금리 인상으로 매도가능증권 평가이익 감소로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RBC)이 급락하고 있지만 보험사들의 신성장 동력은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이미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일본에서는 보험사들의 요양 산업 진출이 활발하지만 국내에서는 요양 시설 설립 기준 등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땅과 건물을 소유해야만 요양 시설을 운영한다는 규제로 도심에서 요양 시설 설비 자체가 어렵다. 그나마 KB손해보험이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통해 요양 시설 3곳의 문을 열었고, 신한라이프가 요양시설 설립을 위한 부지 선정 작업에 들어간 정도다. 조용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인의 요양 산업 진출은 시설 확대 및 양질의 서비스 제공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지금까지 보험사는 요양 산업 진출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사업성이 불확실하고 제도적으로 진출을 제한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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