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기업 실적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열리는 이번 주 증시는 횡보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13일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 굵직한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만큼 증시 변동성이 계속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보다 16.34포인트(0.70%) 오른 2350.61에 거래를 마쳤다. 6일 종가 기준 2300선이 무너졌던 코스피는 이후 2거래일 연속 반등에 성공하며 2350선을 탈환했다.
뉴욕 증시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경기 회복 자신감에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이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005930) 실적 선방에 미 주요 반도체주들이 상승한 데다 전기차 수요 증가 기대감까지 확산되며 2차전지주들도 강세를 보였다.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중 8개 종목이 강세로 마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이번주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회의적이다. NH투자증권은 이번주 코스피 지수가 2260~2400 포인트를 오갈 것으로 내다봤다. 원자재 가격 하락과 연준의 정책에 대한 시장의 긍정적 해석은 코스피지수 상승 요인으로, 반면 경기침체 우려와 달러 강세는 하락 요인으로 분석됐다.
가장 중요한 이번주 일정은 미국의 CPI 발표다. 13일(현지시간) 공개되는 미국의 6월 CPI 결과가 연준의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7%,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9%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달 8.6%, 6.0%와 비교하면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소폭 낮아질 수 있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보다 낮아질 전망이다”며 “최근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인플레이션 우려가 심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6월 CPI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면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가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미국 경제 성장 둔화를 감내하면서, 물가 통제에 최우선을 두겠다는 정책 방침이 확인됐다”며 “이는 6월 CPI가 시장이 원하는 결과로 화답해 준다면, 연준은 9월부터 긴축 강도를 완화해 나가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준의 치우친 정책 성향(물가 통제 올인)이 공식화된 시점이, 지나고 나면 역풍을 받아온 투자 대상이 반등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미국 성장주가 반등을 주도하는 대상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정례회의에서 사상 첫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한은이 빅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한 만큼 이달 말이면 한미의 기준금리가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은행과 연준의 기준금리는 모두 1.75%로 동일하지만 연준이 27일 기준금리를 75bp로 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미 금리역전기에 해외투자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금리인상기를 보면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한국의 대외투자가 빠르게 증가했다”며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것이 경기모멘텀 차이로 이어지며 해외투자를 늘린것으로 파악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번 사이클에서도 해외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이 최선의 헷지”라며 “환율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원화가 단기간에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