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상원에 해당하는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발의선(전체 의석 3분의 2)을 훌쩍 넘겨 ‘압승’을 거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가능한 한 빨리 개헌 발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총격 피살 사건으로 결집한 여권의 지지를 등에 업고 기시다 총리가 일본의 자위대, 즉 자국군 보유가 가능하도록 헌법을 고치는 ‘보통 국가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11일 NHK 등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참의원 선거 개표 결과 이번에 새로 뽑은 125석 가운데 자유민주당이 63석, 공명당이 13석을 얻어 연립여당이 총 76석을 확보했다. 특히 자민·공명·일본유신회·국민민주당 등 이른바 ‘개헌 지지 4당’은 이번 선거에서 얻은 의석과 기존 의석을 합하면 총 177석을 보유하게 됐다. 이는 개헌 발의에 필요한 166석을 훌쩍 넘긴 숫자다. 이에 따라 기시다 내각이 ‘개헌 강공’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개표 방송에 출연한 데 이어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아베 전 총리의 뜻을 이어받아 (개헌) 발의를 위해 (발의가 가능한) 3분의 2석 ‘결집’ 노력을 계속하겠다”며 “가능한 한 빨리 (개헌을) 발의해 국민투표로 연결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본 매체들은 일제히 이번 참의원 선거 이후 앞으로 3년 동안 큰 선거가 없다는 점에서 기시다 총리가 안정적인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승리하며 집권 여당의 자리를 지킨 기시다 자민당 내각이 3년 동안 ‘중간 평가’를 받지 않는 이른바 ‘황금기’를 눈앞에 뒀다는 평가다. 기시다 총리가 일본 보수의 ‘상왕’인 아베의 유지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개헌 4당’ 내에서도 자위대 헌법 명기 등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입장이 갈리는 만큼 이런 차이가 향후 ‘개헌 동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개헌에 대한 국민 전반의 지지를 얻어내는 것도 기시다 내각의 과제”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