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1922위원회





2015년 5월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영국 총리는 총선에서 승리하자 곧바로 ‘1922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을 총리 관저로 초청했다. 보수당의 캐머런 총리는 브래디 위원장과 1시간가량 만나 의회 운영 및 정책 방향 등을 논의했다. 캐머런 총리는 또 1922위원회 총회에 수시로 참석해 복지·노동·공공 개혁 등 국가 개조를 위한 자신의 청사진을 설명하고 의원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요청했다. 정치 파업을 뿌리 뽑겠다면서 노조와의 전쟁을 선포한 캐머런 총리 입장에서는 당내 핵심 의원들의 협조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1922위원회는 보수당의 평의원 모임으로 총리 등 내각 각료를 제외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1922위원회라는 이름은 일부 평의원들이 1922년 런던의 한 식당에서 당의 정체성을 논의하는 별도 모임을 가진 데서 유래됐다. 당시 보수당 소속 의원들이 집권 자유당과의 연립정부 탈퇴를 주도하면서 당의 영향력을 크게 키웠던 것과 맞물려 이 모임은 평의원의 발언권 강화 조치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18명으로 구성된 1922위원회의 집행위원회는 당 대표 선출이나 대표 신임 투표 진행을 감독하는 역할을 맡았다. 위원회 재적 의원의 15%가 당 대표(총리) 불신임안을 제출하면 실제 투표도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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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마거릿 대처 전 총리 퇴진을 주도한 곳도 1922위원회였다. 당시 인두세 도입을 밀어붙인 대처 총리의 사임을 압박한 1922위원회 의원들이 대부분 남성이어서 ‘회색 슈트의 사나이들’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위원회 멤버들은 회기마다 매주 정례 모임을 갖고 토론을 통해 의회 현안을 논의하며 국민 여론을 수렴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불명예 퇴진과 새 총리 선출을 앞두고 1922위원회의 역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총리 후보로 나서자면 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1922위원회는 곧 당 대표 선출 위원회를 구성해 출마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정당의 장수 비결은 끊임없는 혁신과 소통이다. 우리도 수시로 간판만 바꾸는 행태에서 벗어나 비전과 정책을 내놓고 책임지는 ‘100년 정당’이 나와야 한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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