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의 '우주' 한국에 있었다

화가 김환기(1913~1974)가 1971년에 그린 후 뉴욕의 의사출신 컬렉터 김마태 박사가 줄곧 소장해 온 작품 ‘우주(Universe)’. 지난 2019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국내 미술품 최고가인 132억원에 팔렸을 때 외국인 손에 넘어갔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던 이 작품의 소장가가 글로벌세아 그룹의 김웅기 회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세아그룹 측은 1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본사 사옥 내 갤러리 S2A 개관 소식을 알리며 “글로벌세아 그룹의 김웅기 회장은 국내 작가 작품 가운데 최고 낙찰가를 기록한 김환기의 ‘우주’ 등 국내외 현대미술의 대표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어 지속적인 컬렉션 소개로 많은 사람들이 좋은 작품 감상할 수 있는 기회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주’는 김환기의 전성기 작품이자 최대 크기의 전면 점화(點畵)다. 원제는 ‘05-Ⅳ-71 #200’이다. 세로 254㎝, 가로127㎝의 푸른색 전면 점화 두 점이 한 세트를 이룬다. 두 개의 동심원이 마치 별무리를 이루는 것 같아 김환기의 부인 김향안 여사는 ‘너와 나’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이후 ‘우주’라는 별칭으로 자리 잡았다. 가로로 길게 걸 수도 있고, 나란히 붙여 전체가 정사각형을 이루게 전시할 수도 있다.



지난 2019년 11월 23일 크리스티 홍콩경매에 출품될 당시 시작가 4,000만 홍콩달러로 출발했지만 10분 이상의 치열한 경합 끝에 두 배를 훌쩍 넘겼다. 8,800만 홍콩달러, 당시 환율로 약 132억 5000만원의 낙찰가는 한국 미술품이 100억원 이상에 거래된 첫 사례이자 한동안 깨지지 않을 최고가 낙찰기록이 됐다. 크리스티 코리아에 따르면 수수료까지 포함해 구매자는 약 153억5000만원을 지불했다. 낙찰 소식이 전해진 후 자신이 경매에 응찰했다고 허위 주장하는 ‘가짜 낙찰자’가 출몰했으며, 일각에서는 공동구매로 거래가 이뤄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문화재급인 이 작품이 외국인에게 팔려나갔으며 그 때문에 더이상 국내에서 볼 수 없을 듯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번에 김웅기 회장이 ‘우주’를 소장한 것이 확인됨으로써, 김환기가 뉴욕에서 완성해 이국 땅에 머무르던 이 대작이 제대로 국내에 안착하게 됐다. 김 회장 측은 당시 “귀중한 걸작이 외국으로 팔려가게 둘 수 없다”는 생각으로 경매에 뛰어들었고, 낙찰 직후 세간의 관심이 너무 뜨겁고 억측도 많아 소장 사실을 밝히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글로벌세아그룹은 세계 최대 의류 제조·판매기업인 세아상역을 주축으로 한 회사로, 연매출 4조원 대의 기업이다. 지난달에는 쌍용건설 인수 작업에 착수한 사실이 알려지며 사업 다각화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는 15일 정식 개관하는 S2A는 글로벌세아가 펼쳐갈 문화예술사업의 전초기지로 분석된다. S2A 측은 “국내외 현대 미술 소개하는 교두보로서의 역할을 지향하며, 국내외 젊고 유망한 작가를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소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개관전으로 현대 미술의 세계적인 거장 쿠사마 야요이의 기획전이 마련됐다. 김 회장의 첫 컬렉션이 쿠사마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쿠사마 ‘호박’ 중 국내 최고가 작품도 김 회장이 낙찰자이며, 이번 개관전에 출품될 예정이다.

S2A측 관계자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지속적인 컬렉션 소개로 문화 예술 공유의 장으로서 자리 매김하려는 만큼 김환기의 ‘우주’도 조만간 전시를 통해 일반에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