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글로벌 면세점 勢 키우는데…한숨만 커진 韓

듀프리, 베네통家 오토그릴 인수

여행 케이터링 추가 '신사업 확장'

中, 국가적 지원에 면세 1위 등극

관세청-공사 업체 선정방식 이견에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공고 지연

업계, 낮은 면세한도·고환율 속

여행 회복에도 성장 걸림돌 우려 커





여행심리가 회복되고 세계 주요 공항의 국제노선 운항이 재개되면서 움츠러들었던 글로벌 면세업계가 세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코앞으로 다가온 인천국제공항 터미널 면세점 선정을 둘러싼 공항 공사와 관세청의 알력 다툼에 입찰 공고부터 지연되며 난항을 겪고 있다. 시장 확대를 위한 경쟁 업체들의 분주한 움직임 속에 낮은 면세 한도 및 고환율에 시달리는 국내 면세업계는 ‘이럴 시간이 없다’며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2일 외신에 따르면 스위스의 대형 면세 기업인 듀프리가 지난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공항·고속도로 케이터링 업체 오토그릴을 인수하고 새로운 결합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듀프리는 60개국에 걸쳐 1700개 이상의 공항 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면세 기업이다. 오토그릴은 세계적인 패션그룹 베네통 일가가 50.3%의 지분을 보유한 곳으로 30개국의 공항과 기차역, 고속도로 등에 3500개 이상의 식음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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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수는 듀프리가 베네통 일가의 지분 50.3%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그 대가로 베네통의 지주회사 에디지오네는 결합사업 지분을 최대 25%까지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코로나 19 이전 13억 유로의 매출을 올린 두 회사는 팬데믹 직격탄을 맞으며 2020년 매출이 각각 70%, 60% 떨어졌다. 이번 인수로 듀프리는 75개국의 1200개 공항 및 고속도로에 총 5500개 매장을 운영하며 여행 관련 특화 사업을 키울 계획이다. 듀프리와 오토그릴은 사업 영역이 각각 면세와 여행 케이터링으로 공통분모를 갖췄고, 주 공략 지역도 유럽과 북미로 겹치기 때문에 임대료나 구매·물류에 있어 시너지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듀프리의 절치부심은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 면세산업과도 연관 깊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관련 산업을 육성하면서 하이난을 특구로 개발, 면세 한도를 10만 위안(1900만 원)으로 대폭 상향하고 하이난을 방문한 내국인이 본토로 돌아간 후에도 6개월간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살 수 있게 했다. 하이난을 중심으로 한 면세굴기에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은 2020년 세계 면세점 시장 1위에 등극했고, 롯데와 신라가 각각 2, 3위를, 1위 왕좌를 지켜오던 듀프리는 4위로 내려앉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면세업계는 코앞으로 다가온 인천공항 입찰부터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업체 선정을 놓고 관세청과 인천공항공사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공사는 하반기에 인천공항의 총 21개 면세점 사업권 중 1터미널 9개, 2터미널 6개 등 15개 사업권에 대한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세 차례 유찰된 1터미널을 포함해 입찰 규모가 큰 데다 엔데믹과 맞물려 여행 수요가 살아나는 시점이기에 면세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인천공항의 면세사업자는 공사가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고, 이 사업자를 관세청이 심사해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최종 결정돼 왔다. 공사는 관례대로 사업권별로 1개 사를 선정하는 ‘단수 추천’ 방식을 그대로 가져가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관세청이 ‘면세 특허 부여는 국가의 고유 권한’이라며 2개 이상 사업자를 올리는 ‘복수 추천’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공사 측은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차질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달 중 입찰 공고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답답한 건 업체들이다. 통상 면세점들은 신규 사업자 선정 후 새 오픈까지 약 6개월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내년 초 기존 사업자의 계약이 끝나고 바로 사업권을 받아 운영에 들어가려면 이미 공고 및 업체의 제안서 작업이 진행됐어야 한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기본 계획이 떠야 거기에 맞춰 제안서를 작성할 텐 데 지금은 그 어떤 기준도 나온 게 없어 (쓰는 게) 애매한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영업 정상화의 초기 단계부터 스텝이 꼬이면서 업황 회복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국내 면세산업 경우 여행 수요 회복에도 불구하고 달러당 1300원이 뚫린 ‘고환율’에 수년째 ‘600달러(78만 원)’로 묶인 면세 한도가 더해져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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