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패션부문 여성복 브랜드 ‘구호’(KUHO)가 올해 ‘매출 1000억 원 브랜드’ 재진입을 노리고 있다. 엔데믹 전환으로 오프라인 매장 수요가 늘어나면서 백화점 중심의 VIP 판매 전략이 힘을 받으면서다. 여기에 지난해 론칭한 ‘구호 골프웨어’도 존재감을 빠르게 키워가고 있다. 야외 활동이 늘어나며 의류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토종 여성복 시장을 둘러싼 삼성물산 패션과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 여성 컨템포러리 브랜드 ‘구호’의 올해 매출은 10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매출은 800억 원대다. 삼성물산 패션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구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성장했다. 이달 매출신장률은 30%로 점점 더 가팔라지고 있다. 구호는 1997년 정구호 디자이너가 론칭한 여성복 브랜드로, 미니멀리즘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확고한 마니아 층을 확보하고 있다. 2003년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패션)이 인수할 당시 매출은 60억 원에 불과했지만, 2016년 11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메가 브랜드(연 매출 1000억 원 이상)’로 등극했다. 이후 코로나19 등 여파로 2020년부터 매출이 꺾였지만, 올해 들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무수한 브랜드가 각축을 벌이는 여성복 시장이기에 ‘매출 1000억 원 달성’이 지닌 의미와 상징성은 남다르다. 지난해 기준 국내 프리미엄 토종 여성복 브랜드 중 매출이 1000억 원 이상인 메가 브랜드는 총 4개다. 한섬의 타임·시스템, 신세계인터내셔날(SI)의 보브·스튜디오톰보이가 그 주인공이다. 특히 한섬의 타임은 연 매출 2000억 원 이상을 유지하며 독보적인 1위를 이어갔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 패션이 부활에 성공하면서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과 ‘토종 패션’을 둘러싼 자존심 싸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구호의 이 같은 선전은 ‘오프라인 VIP 전략’의 효과로 풀이된다. 구호는 온라인 소비 확산에도 불구 백화점 중심의 영업 방식을 고집했다. 주요 고객층이 40대 이상인 만큼 온라인 판매 비중을 늘리기보단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며 ‘집토끼’를 지키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대신 세컨드 브랜드 ‘구호 플러스’를 론칭하고 통합 온라인몰 SSF샵을 중심으로 온라인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투트랙 전략을 세웠다. 구호 플러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17% 성장하며 영 컨템포러리 브랜드 시장 성장을 선도하고 있다.
골프웨어 라인도 구호의 성장을 견인했다. 삼성물산 패션은 지난해 가을·겨울(FW) 시즌 구호 골프웨어를 선보였다. 기존 구호의 프리미엄 이미지에 흡한속건·자외선 차단 등 기능성이 더해지자 고가에도 불구하고 주요 스타일이 모두 완판됐다. 이에 구호는 올해 골프웨어 생산량을 2배가량 늘린다는 방침이다. 임옥영 구호 팀장은 “기존 골프복 스타일을 지루해하는 고객들이 여성스러우면서도 모던하고, 여유로운 실루엣이 적용된 구호 골프웨어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중단됐던 해외 사업에도 다시 시동을 걸 계획이다. 구호는 2010년 뉴욕에 법인을 설립한 뒤 현재 북미와 유럽, 중국에서 홀세일(도매) 방식으로 판매 영역을 넓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