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014년 이후 7년 8개월 만에 2.25%로 뛰어올랐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에도 한은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고육책으로 빅스텝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은의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11개월 사이 가계의 1인당 대출이자 부담은 113만 원이나 불어나면서 ‘빚의 역습’이 시작됐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한은은 이날 금통위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열고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현재 연 1.75%였던 기준금리를 2.25%로 인상했다. 금통위가 금리를 0.5%포인트 올린 것은 1999년 기준금리 도입 이후 처음이다. 4월과 5월에 이은 3회 연속 금리 인상 역시 초유의 결정이다. 한은이 초강수를 선택한 것은 지금의 고물가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미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물가와 임금의 상호작용으로 인플레이션이 고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초유의 빅스텝 결정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미국 중앙은행이 26~27일(현지 시간)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결정하면 한미 금리가 역전되는 상황도 금통위의 선택에 영향을 끼쳤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른 원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물가를 추가로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물가 상승세가 꺾일 때까지 당분간 금리 인상 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남은 세 차례의 금통위에서 추가로 금리를 올려 연말 기준금리 수준이 2.75~3.0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도 이런 관측에 대해 “합리적 기대”라며 “당분간 높은 물가 상승세를 고려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번 조치로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됐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가 1.75%포인트나 인상되면서 11개월 사이 늘어난 이자만 약 23조 83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를 1인당 이자 부담으로 환산하면 약 113만 원에 달한다. 최근 수년간 저금리 기조에서 공격적으로 빚을 내 주식과 부동산을 사들인 ‘영끌족’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 총재는 이날 2030세대에게 “앞으로 0~3%대의 저금리가 계속될 것이라는 가정에서 벗어나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