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한국 과학기술 분야의 부족 인력이 10년 내 60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4일 ‘기술 패권 경쟁과 과학기술 인력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서 “과학기술 연구 인력 부족 인원이 2019~2023년 800명에서 2024~2028년 4만 7000명으로 약 60배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과학기술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로 가면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과학기술 인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지만 특단의 노력으로 고급 인재 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 우리나라는 청년 실업이 심각한데도 첨단 정보기술 분야에서는 외려 인력난을 겪고 있다.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서울·수도권 대학이 ‘인구 집중 유발 시설’로 분류돼 정원을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정원은 15년간 55명으로 묶여 있다가 지난해 겨우 70명이 됐다. 반면 미국 UC버클리에서는 컴퓨터 전공자가 한 해에 1590명씩 쏟아진다. 교육부는 대학에 전체 정원 내에서 조정하라고 하지만 학과별 ‘밥그릇 싸움’으로 자율 조정도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 기준 연구개발(R&D) 인력이 약 228만 명으로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최근 5년간 중국의 R&D 인력 연평균 증가율도 7.1%로 가장 높다. 기술 경쟁력을 놓고 숨 막히는 싸움이 벌어지는 가운데 우수한 과기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생존이 어렵다. 인력을 잘 키워야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면서 인구 감소로 악화하는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 전략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학과는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에서 예외를 두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기술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지속 가능한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하는 선진 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