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슈 리포트]GDP 50%대 중반 재정준칙, 경제회복 서둘러야 실현가능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전 고려대 총장)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전 고려대 총장)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전 고려대 총장)




정부는 국내총생산(GDP)대비 재정수지 적자를 -3% 이내로 통제하고 국가채무비율을 2027년까지 50%대 중반으로 관리하는 재정준칙을 마련해 관련법 개정 후 바로 시행하기로 했다. 지난 정부 5년간 이어진 확장재정기조를 건전재정기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정부는 재정수지의 관리를 통합재정수지 대신 관리재정수지를 기준으로 할 예정이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총수입과 총지출을 다루는 통합재정에서 국민연금, 고용보험, 사학연금 등 사화보장성기금을 제외해 실질적으로 국가의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다. 2019년 까지만 해도 -2.8%에 머물렀던 GDP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020년 -5.8%, 2021년 -4.4%, 2022년 -5.2%로 악화했다. 이에 따라 2019년 GDP대비 37.6% 수준이었던 국가채무비율이 2020년 43.8% 2021년 47.3% 2022년 50.1%로 증가했다. 새 재정준칙에 따를 경우 현재 수준의 세수를 가정하면 재정지출을 연간 40조-50조원 정도 줄어야 한다.




국가채무는 중앙 및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부채다. 실제로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부채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부채, 공무원 및 군인연금 충당금까지 포함한다. 이를 포함하는 국가부채(D4)는 2019년 2076조 8천억원을 기록해 GDP의 100%를 돌파한 이후 계속 증가세를 보여 2024년에는 GDP의 130%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국가부채가 증가해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외국자본이 대규모로 유출해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경제의 부도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문제는 무역적자다. 지난 상반기 무역적자는 103억 달러로 1956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 규모다. 무역적자가 대규모로 발생하는 상태에서 국가부채가 증가하면 외국자본의 유출은 통제하기 어렵다. 지난해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부채부담이 폭발하지 않도록 재정정책의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올해 1월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Fitch)는 기존의 재정기조를 유지하면 국가신용등급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선심지출과 세금감면의 모순

정부는 새로운 재정준칙의 시행을 위해 예산의 지출구조를 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정부예산의 경직성이 높아 지출구조 조정이 쉽지 않다. 정부가 1년에 쓰는 예산은 600조원 규모다. 이 가운데 정부가 조정할 수 있는 재량지출은 300조원 수준이다. 국방비나 공무원 인건비등 줄이기 어려운 예산을 제외하면 실제로 200조원 정도다. 정부는 이중 10% 이상을 줄일 계획이다. 그러나 실제로 줄일 수 있는 예산은 10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전체예산의 2%에 불과하다. 정부는 세금을 투입해 임시 일자리를 만들고 선심용으로 복지지출을 늘리는 등 논란이 많았던 재정사업들에 대해 구조조정을 집중할 예정이다. 이 경우도 고령자들의 일자리가 대거 사라지고 서민과 취약계층의 생활이 어려워지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의 재정지출구조 조정에 모순이 있다.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정한 110대 국정과제에 대해 소요자금 209조원을 매년 예산에 반영할 예정이다. 더욱이 선거공약대로 병사에게 200만원의 월급을 지급하기로 하고 기초연금을 10만원 인상해 40만원으로 책정했다. 새 정부의 사업이라는 이유로 선심성 공약까지 구조조정에서 제외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세수가 줄어들어 정부가 재정준칙 이행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당초 3%대에서 2%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성장률 하락세는 경제의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언제 멈출 지 모르는 상황이다.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 근로자들이 내는 소득세 등 세수가 줄어들어 재정수지의 악화가 예상된다. 더욱이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고 부동산 공시가격 환원, 1주택자 종합부동산에 과세기준 상향조정과 세율인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적용배제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 대기업과 부자에 대한 감세라고 비판을 받는 법인세와 종합부동세의 세수감소만 따져도 올해 각각 8조원과 1조원에 이른다.


경제위기는 어떻게 막나?


경제가 복합위기에 접어들고 있다. 경제위기가 새 재정준칙을 도입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코로나 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공급망이 훼손되고 에너지와 원자재가격이 치솟아 지난 달 물가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까지 올랐다. 경제가 성장률은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의 함정에 빠지고 있다. 실업이 늘고 민생이 불안하다. 여기에 은행의 대출금리가 6%대까지 올라 가계부채와 부실기업의 연쇄부도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물가가 오르고 무역적자가 늘자 원-달러 환율이 1300을 돌파했다. 투자손실을 피하려는 외국자본의 유출이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 달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5조5600억원어치 주식을 팔고 나가 종합주가지수가 2300선으로 떨어졌다. 물가, 금리, 환율이 계속 오르고 있어 언제 경제위기의 뇌관이 터질 지 모른다. 경제위기의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재정정책이다.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재정지출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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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태에서 재정준칙에 따라 재정지출을 줄일 경우 재정준칙이 경제위기를 재촉하는 반작용을 낳을 수 있다. 경제위기가 촉발해 세수가 감소하면 재정적자가 다시 증가해 재정준칙이 거꾸로 재정건전성을 악화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자칫하면 재정준칙이 경제위기와 재정적자가 서로 꼬리를 무는 악순환을 만든다. 경제위기에 대해 대책이 없는 재정준칙의 시행은 위험하다.

경제성장동력의 회복과 세원확대

그렇다면 새 재정준칙은 어떻게 도입해야 하나? 우선 새정부의 국책사업이나 공약사업을 대상으로 사업의 시급성과 필요성을 따져 구조조정을 실시해 재정준칙 적용에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 조세감면도 항목에 따라 재조정하거나 완급을 조절해 재정건전화와 엇박자를 줄여야 한다. 경제가 위기상태임을 감안해 위기극복에 관련된 사업이나 지출은 구조조정에 유예조항을 두어 신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재정적자를 줄이고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높이려면 재정지출을 줄이는 것에 앞서 재정수입을 늘리는 포지티브 접근이 필요하다. 재정적자가 증가하고 재정건전성이 악화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정부예산 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높기 때문이다. 2018년 정부예산 증가율과 GDP 성장률은 각각 7.0%와 2.9%로 차이가 컸다. 두 비율의 차이는 2020년 16.2%와 -0.7%, 2022년 8.9%와 2.6% 등으로 벌어졌다.

경제위기 극복과 성장동력 회복을 통해 경제성장률과 예산증가율의 차이를 줄여야 세수가 늘고 재정적자가 줄어 재정준칙을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일자리가 늘고 국민소득이 늘어 사회안전망, 복지 등에 재정수요가 감소하는 효과도 발생한다.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유류세를 인하하고 원자재와 농식품에 대해서 관세를 낮췄다. 또 취약계층에 대한 생활자금 지원 정책도 펴고 있다. 그러나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공급망 애로 해소와 물가안정,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보호, 가계부채 불안해소와 서민금융지원 등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규제를 혁파해 기업의 활력을 제고하는 것은 물론 노동, 교육, 금융 등의 개혁을 통해 경제구조와 체질을 개선할 방침이다. 더불어 과학기술 발전과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첨단전략산업을 육성한다. 그리하여 역동적인 시장경제를 만들어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고용을 창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없다. 한시바삐 서둘러야 할 일이다.


이필상 교수는…서울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를 거쳐 16대 총장을 지냈다. 현재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로 화폐금융론과 주식·채권·파생상품론 등을 강의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연합 정책연구위원장과 경제정의연구소장을 맡아 정부정책평가와 제안, 국회의정감시와 입법청원, 금융실명제 실시, 중앙은행 독립 등의 시민운동을 했다. 저서로 ‘금융경제학’, ‘재무관리’, ‘투자론’, ‘정치가 망친 경제 경제로 살릴 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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