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채나 통화안정증권에 외국인이 투자해 거둔 이자소득과 양도차익에 세금을 매기지 않기로 했다. 비과세를 유인 삼아 외화 유입을 늘려 외환 시장을 안정화하려는 취지다. 정부는 해외 여행에서 돌아올 때 면세로 들여올 수 있는 휴대품의 한도액도 800달러까지 높일 계획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외국인이 국채와 통안채에 투자해 거둔 소득을 내년부터 과세하지 않을 계획이다. 국채 이자소득에 매기는 14%의 세금을 전면 철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외인의 국채 투자에 과세 제도를 재도입한 2011년 이후 11년만의 개정이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의 세 부담을 줄이려는 것은 외환 유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판단으로 보인다. 외환 당국 내부에서는 올해 외환 순유출 규모가 200억 달러대 후반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까지 나오는 판이다.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 규모(294억 9000만 달러)만큼의 외화가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국채 수요를 자극해 조달 금리를 낮추려는 의도도 있다. 국고채 평균 조달 금리는 2월 2.52%에서 6월 3.42%까지 매달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가 높을수록 감당해야 하는 이자도 맞물려 늘어나기 때문에 정부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당국은 이번 개정에 따라 연간 5000억~1조1000억 원가량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한다. 추 부총리는 “이자소득을 비과세하면 세수가 줄 수 있지만 1000억 원 넘지 않는 수준”이라면서 “주요 선진국 중 국채투자에 이자소득을 과세하는 곳이 거의 없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따.
정부는 관련 법 개정 이후 세계국채지수(WGBI) 가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WGBI는 선진 23개국 채권을 포괄하는 투자지수로, 전 세계 투자기관이 국채를 사들일 때 활용하는 지표라 가입 시 이 지수를 추종하는 외국계 자금이 대거 늘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부는 WGBI 가입을 타진했으나 WGBI가 외국인 국채 투자에 대한 세 경감을 가입 조건으로 내걸어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부는 여행객 휴대품 면세한도를 800달러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여행객 휴대품 면세제도는 외국을 다녀오는 여행객이 개인적으로 구매해 들여오는 물품에 대해 면세 한도를 설정하는 것이다. 현행 면세한도는 600달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면세점 등 관광산업의 회복세가 더딘 점을 고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