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들이 올 하반기 경영 목표로 리스크 관리와 내부 통제 강화, 취약 계층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위기 상황에 대비하고 코로나19 확산으로 벼랑 끝에 몰린 소상공인·청년·서민 등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아울러 올 들어 금융권에서 잇따라 발생했던 횡령 등의 금융 사고를 의식해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다시 한번 내비쳤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15일 서울 중구 본사 비전홀에서 열린 ‘2022년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상반기 고객 신뢰에 상처를 입은 아쉬움이 컸다”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출발하자”고 당부했다. 특히 손태승 회장은 물이 바다로 흘러가다 웅덩이를 만나면 반드시 웅덩이를 채우고 다시 흐른다는 ‘영과후진(盈科後進)’이라는 고사성어를 들며 “부족했던 부분을 확실히 정비하자”고 말했다. 올 초 우리은행 직원의 횡령 사건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른 금융회사 CEO들도 내부 통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같은 날 경기도 고양시 NH인재원에서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 참석해 “내부 통제를 강화해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고 대고객 신뢰를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 역시 15일 인천 송도 송도컨벤시아에서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튼튼한 기본을 토대로 한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한다는 의미의 ‘본립도생(本立道生)’을 강조하면서 내부 통제를 통한 리스크 관리 강화를 하반기 경영 이슈 중 하나로 내걸었다.
변동성이 확대되는 최근의 경제 상황에 대한 철저한 대비도 입을 모아 강조했다. 손병환 회장은 “하반기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리스크(위험) 관리와 내실 경영에 역량을 집중하며 지속 가능한 경영을 실천하라”고 주문했고 손태승 회장은 “하반기에는 최고의 속도와 최대의 성과를 내되 국내외 경제위기가 엄중한 상황이기에 리스크 관리와 내부 통제는 과하다 싶을 만큼 철저해야 한다”고 특별히 강조하기도 했다.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도 하반기를 대하는 CEO들의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였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 계층에 대한 금융의 역할을 지적했다. 진 행장은 ‘고물가, 경기 둔화 시기의 고객 보호 강화’를 주요 키워드로 꼽았으며 3일 다른 금융그룹보다 앞서 경영전략회의를 열었던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도 “위기가 닥치더라도 고객의 금융자산을 보호하고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금융회사의 핵심”이라며 “기본으로 돌아가 고객 가치를 높이자”고 격려했다.
이와 함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 디지털 전환 등에 대한 주문도 많았다. 윤 회장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금융 지원과 중소기업 ESG 컨설팅 등 리딩(선도) 금융그룹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자”고 독려했고 손태승 회장도 “디지털 혁신과 ESG 경영에 그룹의 미래가 걸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