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법원 퇴거 명령에도 버티는 하청노조…'제2 한진重 사태' 되나

■ 출구 안보이는 대우조선 파업

경찰·정부 이어 법원 "불법 점거"

경총도 "공권력 나서라" 촉구

23일 '희망버스' 거제 방문 등

사태 진전없이 장기화 우려 커져

노동계 하투 확산 분수령 될 듯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이 14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일대에서 하청 노조의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인간 띠 잇기’ 행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이 14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일대에서 하청 노조의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인간 띠 잇기’ 행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40여 일을 넘긴 대우조선해양 하청 업체 노동조합 파업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하청 업체 노조의 선박 점거는 불법이라면서도 법 집행에 머뭇거리고 있다. 경영계는 빠른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7일 논평을 통해 “불법행위에 따른 국민경제의 현저한 피해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공권력 집행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노동계에 이어 일부 시민단체들까지 파업을 지지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사태는 확산세다. 전개 양상에 따라 노동계의 하반기 하투의 최대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점거는 불법…점점 코너로 몰리는 파업=대우조선해양 하청 파업은 임금 인상 등 노사 자율로 풀어야 할 문제에 정부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창원지법은 17일 노조원들의 선박 건조 작업장인 도크 점거를 멈추라는 결정을 내렸다. 일단 정부는 공권력을 통한 사태 해결의 명분을 더 쌓게 됐다. 정부가 이번 파업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는 상황에 나온 판결이라 주목된다.

14일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점거 행위는 불법이라며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개별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첫 구두 개입이라 노동계가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법원 결정은 하청 노조의 점거가 불법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했다. 이 때문에 노조의 출석 요구 거부로 체포 시기를 조율 중인 경찰도 집행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노조는 불법 점거에 대한 금전적 배상(퇴거 불응 시 하루 300만 원씩)을 감수하더라도 요구 조건이 관철될 때까지 퇴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영계까지 공권력 투입 촉구…정부 노사 딜레마=정부는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공권력 투입을 결정할 수 있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아니라 고용부와 산업부 장관이 파업 중단 담화를 발표한 것은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줬다. 아직 정부는 공권력 투입 없이 민간에서 사태 해결을 바라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용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담화는 노조에 대한 최후통첩이 아니라 (파업을 스스로 풀) 출구전략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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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노사 자율로는 파업이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우려가 크다. 하청 노조는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산업은행(정부)에 임금 인상 등 교섭을 촉구 중이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청 노조의 교섭 당자사는 하청 업체이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피해가 관련 산업과 지역 경제로까지 커지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논평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누적 손실은 약 6000억 원”이라며 “피해는 수많은 협력 업체, 근로자, 장기적으로 조선업에 타격을 입힌다”고 우려했다. 14일 대우조선해양 직원과 소재지인 거제 시민 5000여 명이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인간 띠 잇기 행사까지 열었다.

◇제2 한진중 사태로 비화될까…하반기 거세질 하투=이번 파업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제2의 한진중공업 사태’로 비화하는 것이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23일 ‘희망버스’를 타고 파업 현장으로 이동해 파업에 대한 지지 입장을 낼 계획이다. 희망버스는 2010년 한진중공업 파업을 지지하기 위해 출범한 일종의 노동시민 연대체다. 당시 희망버스에 4만여 명이 참가하면서 한진중공업 파업이 1년 가까이 이어질 수 있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을 주축으로 한 야당도 사실상 노조 편에서 파업 사태 해결에 정부가 나서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4개 야당 의원 64명은 15일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동계는 이번 파업을 하반기 하투의 사실상 구심점으로 삼았다. 이미 노동계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과 국정 운영에 대해 반감이 큰 상황이다. 노동계는 정부가 노정 대화에 나서지 않고 반노동정책을 편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임금, 근로시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 등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주요 과제가 모두 노동계의 비난 대상에 올랐다.

하반기 하투의 시작은 20일부터 시작되는 금속노조 총파업이다. 금속노조는 10만여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9월부터 매달 도심에서 민주노총을 주축으로 한 대규모 노동계 집회도 예정됐다. 정부는 올해 화물연대 총파업 등 노사의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세종=양종곤·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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