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현장 조사를 단순 거부하거나 서류 작성 의무를 위반했을 때 징역·벌금 대신 행정 제재를 부과하도록 하는 경제형벌 완화 방안이 추진된다.
1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발족한 범부처 경제형벌규정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경제법률 형벌 조항을 대대적으로 손보기로 했다. TF는 경제법률 형벌 조항을 전수조사해 이르면 이달 중 부처별 개선 초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민의 생명·안전과 관련이 없는 경미한 법 위반에 대해서는 벌금·징역형 등 형벌을 없애거나 기존 형벌을 과태료 등 행정 제재로 바꿀 방침이다.
경미한 법 위반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행정조사 거부’가 꼽힌다. 공정위 현장 조사 등 행정 조사를 받는 대상이 위계·폭행 등 불법행위를 수반하지 않고 단순히 조사를 거부할 경우에는 벌금이나 징역형을 부과하지 않고 행정 제재로 마무리하도록 법을 고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폭언·폭행, 고의적인 현장 진입 저지·지연 등을 통해 조사를 거부·방해하거나 기피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자료 은닉·폐기, 접근 거부, 위조·변조를 통해 조사를 거부·방해하거나 기피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020년 고철 구매 가격 담합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공정위의 현장 조사를 받은 세아베스틸은 서류를 은닉하고 업무용 컴퓨터를 포맷해 조사를 거부·방해한 혐의로 서울서부지법에서 직원과 법인이 각각 벌금 1000만 원, 300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TF는 형벌이 필요한 경제법 위반 행위라도 사안에 따라 형량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징역형만 규정돼 있는 법률에 벌금형을 추가해 사안이 비교적 가벼운 경우에는 징역형보다는 벌금형을 내리도록 들여다볼 계획이다.
행위자와 기업을 동시에 처벌하는 양벌규정을 손볼 가능성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경제법률 형벌조항 6568개 중 6044개(92.0%) 항목은 위반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처벌 항목 36.2%(2376개)는 두 개 이상의 처벌·제재 수단을 규정했고 3.4%(225개)는 징역형의 상한선을 두지 않았다.
다만 TF의 전방위적인 경제형벌규정 개선 계획이 기업인 범죄 예방 효과를 떨어뜨리거나 시장 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TF의 계획대로 형벌규정을 완화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여소야대 국회의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