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중동 순방이 끝나자마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해 중동 내 입지 강화에 나선다. 사실상 ‘빈손 순방’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이란과 밀월 관계로 접어들면서 현지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9일 이란 테헤란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만난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푸틴 대통령의 두 번째 해외 방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동에서 두 정상과 함께 시리아 문제, 경제·군사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2015년 시리아 내전 당시 반군을 지지한 미국과 달리 정부군을 지원해 마찬가지로 정부군 편에 선 이란과의 군사적 결탁을 강화하고 중동 내 영향력을 확대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경제 분야에서는 서방의 제재에 따른 물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이란으로부터 의류나 자동차 부품 등을 수입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군사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미 정보 당국은 이란이 우크라이나전에 사용할 군사 공격용 드론을 러시아에 판매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CNN에 “이란이 이 정도의 군사 장비를 러시아에 판매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양국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다는 의미로 역내 힘의 균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기대를 모았던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은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사우디는 80년의 전략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결국 판단했다”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원유 증산 약속이나 이스라엘 등 지역 안보에 대한 지지를 얻지 못한 채 중동을 떠났다”고 지적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의 주먹 인사도 비판을 받았다. 폴리티코는 “빈 살만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하는 모습은 인권 옹호자로서의 바이든 대통령의 명성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고 전했다.
나스르 교수는 “러시아는 이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사우디와 에너지와 관련해 깊은 관계를 맺고 있고 중국도 UAE에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걸프 국가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미국이 중동에서 기반을 다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