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업

애플·골드만삭스마저 '감원' 칼바람…"한치 앞 안 보인다"

[글로벌 대기업 긴축경영 돌입]

애플 내년 채용예산 축소 소식에

주가 2.1% 하락…나스닥 0.81%↓

'깜짝실적' 골드만삭스 감원 예고

인플레·강달러에 수익성 악화 대비





경기 침체 우려로 글로벌 대기업들이 긴축 경영에 나선 가운데 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과 세계 최대 투자은행 중 하나인 골드만삭스마저 ‘감원 대열’에 합류했다. 식을 줄 모르는 인플레이션과 ‘강(强)달러’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대비해 세계적인 기업들도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설 정도로 세계 경제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에 빠졌음을 방증한다.



블룸버그통신은 18일(현지 시간)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내년 일부 사업 부문의 채용과 연구개발(R&D) 예산을 축소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해마다 직원 수를 5~10%씩 늘려왔지만 내년에는 충원을 일부 부서에 한정하고 규모도 최소화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고용 축소는 (경기 침체 등) 사업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시총 2조 4000억 달러(약 3151조 원)인 세계 1위 기업의 긴축 소식으로 이날 나스닥지수가 0.81% 하락하는 등 뉴욕 증시가 휘청거렸다. 애플 주가도 2.1%가량 내려 최근 3주 동안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월가의 대표 금융사인 골드만삭스도 이날 “향후 투자와 지출 계획을 면밀하게 재검토할 것”이라며 인건비 등 지출을 최소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2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이 경제에 깊이 자리잡았다”며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돼 모든 자원을 신중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로이터 등 외신들은 일제히 “골드만삭스 역시 감원에 뛰어든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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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움직임은 최근 글로벌 대기업들 사이에서 감원 바람이 거세지는 가운데 나왔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투자 위축을 우려한 테크 분야에서 고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최근 직원들에게 “핵심 기술직을 제외하고는 채용 속도를 늦추겠다”는 e메일을 돌렸고 전기자동차 1위 기업인 테슬라는 지난달 자율주행차 부문(오토파일럿) 직원 200명 이상을 정리 해고했다. 업계 2위인 리비안 역시 이달 전체 직원의 5%를 줄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전체 직원의 1%인 약 1800명을, 트위터는 인사 담당 부서 직원 30%를 지난달 각각 해고했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도 올해 신규 채용을 당초 계획의 70% 정도만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외에도 중국 빅테크 텐센트가 최대 50%에 달하는 감원을 추진 중이고 동영상 서비스 ‘틱톡’ 운영사인 바이트댄스도 유럽과 미국 지사에서 고용 축소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세계적인 대기업들까지 감원이라는 최후 수단을 동원해 긴축에 나서게 한 것은 불투명한 경제 상황이다. 마켓워치는 “인플레이션 폭풍과 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위축, 경기 침체 가능성이 분기 실적 공개를 준비하는 (테크 분야) 대기업들을 비용 절감으로 내몰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달러화 ‘초강세’ 역시 기업들을 긴축에 나서게 한 요인이다. 강달러는 미국 대기업들이 해외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이익에 환차손을 발생시켜 결과적으로 수익성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IBM은 이날 매출이 전년 비 9% 뛰는 등 호조인 2분기 실적을 공개했지만 짐 캐비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올해 달러화 강세로 환손실이 35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4% 이상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들마저 지출에 신중을 기해야 할 정도로 경제 사정이 ‘시계 제로’에 빠졌다고 지적한다. 솔로몬 CEO는 “경기 침체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결합돼 사업 환경이 매우 복잡해졌다”고 짚었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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