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가 예정된 근로자가 다른 계열사로 전출한 것을 불법 파견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근로자에 대한 파견과 전출의 판단 기준을 명시적으로 제시한 첫 판결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SK플래닛 직원 A 씨 등 2명이 SK텔레콤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 등은 SK플래닛에서 분할 설립된 SK테크엑스 소속 직원으로 SK텔레콤 미래사업 전단 조직인 ‘T밸리’로 전출됐다. T밸리는 A씨 뿐만 아니라 SK텔레콤 직원과 SK플래닛에서 전출된 직원들로 구성됐다. A 씨는 해당 사업이 종료되자 2년 6개월 만에 SK테크웍스로 복귀했다가 SK테크엑스의 흡수합병으로 SK플래닛 소속 근로자가 됐다. 이에 A 씨 등은 SK텔레콤에 파견돼 일한 만큼 자신의 소속이 SK텔레콤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A 씨의 전출이 파견이 아니라고 본 반면 2심은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며 A 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사건은 대법원에서 다시 한 번 뒤집혔다. 대법원은 SK플래닛이 근로자 파견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기업인지를 따져 정당한 전출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SK텔레콤과 SK플래닛 등이 속한 기업집단의 사업상 필요와 인력 활용의 효율성 등을 고려한 기업집단 차원의 의사결정에 따라 A 씨 등의 전출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원심이 SK텔레콤이 전출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경우에 비해 초과근로수당 등을 적게 지급하는 이익을 얻었다는 사정을 들어 SK플래닛 등에 전출 행위의 영업성을 인정한 것은 원고용주가 아닌 전출 후 기업의 사정을 기준으로 판단한 것으로서 잘못”이라고 봤다. 이어 “일부 근로자들이 SK플래닛 등에 입사한 후 바로 티밸리 조직으로 전출되기는 했으나 이는 동일한 기업집단에 속한 SK텔레콤과 SK플래닛 등이 각 회사의 주된 사업 분야와 티밸리 사업의 내용 및 특성, 신규 채용 인력의 향후 활용 가능성 등을 감안한 결정”이라며 “전출 근로자들은 원칙적으로 원 소속 부서로 복귀가 예정돼 있었고 실제 사업 종료 후 전출 근로자들이 SK플래닛 등에 복귀해 근무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파견과 계열사 간 사업상 전출을 구분하는 판단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근로자 파견은 △근로자 파견 행위의 반복·계속성 △영업성 등의 유무 △원고용주의 사업 목적 △근로계약 체결의 목적 △근로자 파견 목적과 규모·횟수·기간·태양 등의 사정을 종합해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전출은 △근로자가 원래 소속된 기업과 근로계약을 유지하면서 휴직·파견·사외근무·사외파견 등의 형태로 근로제공을 하는 상대방이 변경되고 △원 소속 기업에 근로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면하는 대신 전출된 기업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하며 △원 소속 기업으로 복귀가 예정돼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