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돌다리도 두드리는 日보다 늦어…규제개혁 속도 붙여야"

[금산분리 빗장 푸는 김주현]

시중銀, 부동산·암호화폐 업무 등

다양한 생활서비스 진출 가능해

日선 은행 자회사에 ICT회사 허용

美·日 사례 참고 효율성 기준 검토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박병원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업권 관계자들과 함께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출범하고 있다. 사진 제공=금융위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박병원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업권 관계자들과 함께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출범하고 있다. 사진 제공=금융위




금융위원회가 금산분리·전업주의 등에 대한 규제 개혁을 추진하기로 한 데는 금융과 비금융 간 경계가 없어지는 ‘빅블러’ 시대에 현 규제가 금융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보다도 관련 규제가 강하다는 지적은 규제 개혁에 더 속도를 붙여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은행 등 업계에서는 비금융회사의 지분 투자 및 업무 범위 제한에 걸려 하지 못했던 부동산 등 다양한 생활 서비스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일 금융위가 발표한 금융규제혁신추진방향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산분리에 근거한 자회사 투자 제한 및 업무 범위와 관련한 규제를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한다. 현행법상 은행보험사는 비금융회사에 15% 이내에서만 지분 투자가 가능하다. 금융지주회사는 비금융회사의 주식을 5%까지만 소유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실제 일부 은행에서 UI·UX 디자인 회사, 부동산 등 생활 서비스 업체, 영상·문서 관련 디지털 인식 기술 업체 등을 인수해 시너지를 내고 싶어도 법에 가로막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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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금융회사의 부수 업무를 본업과의 관련성으로 제한하고 있는 업무 범위 관련 규정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 간 협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업무 위탁 규제도 풀어주는 방향으로 규제 개혁이 진행된다. 이 외에 금융지주사가 은행의 고객 정보를 계열사 간 공유해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게 해달라는 요구도 관련 규제 체계 정비를 통해 가능성을 타진할 계획이다. 암호화폐·조각투자에 대한 규율 체계를 정비하고 신탁 가능 재산을 확대해 종합재산관리서비스를 활성화하는 방안 등도 추진된다.

이날 금융규제혁신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속도감 있는 금산분리 완화를 촉구했다. 금융규제혁신회의의 민간위원이자 의장을 맡은 박병원 전 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은 “일본은 돌다리를 두들겨 보고 이 정도면 건너갈 거 같은데도 한 번 보고 안 건너가는 나라다. 그런 나라보다 (한국의)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늦은 것 같다”고 말하며 규제 완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그간 은행법으로 은행이 영위할 수 있는 업무를 엄격히 제한해 은행과 상업을 분리하는 ‘은상분리’ 규제 원칙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과 지역경제 쇠퇴에 따른 지역은행의 약화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 업무 범위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2016년 5월 은행법을 바꿔 은행 자회사에 핀테크와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등 ‘은행업고도화회사’를 추가하고 은행의 은행업고도회사 출자를 허용했다. 미국 또한 은행의 자회사 보유 범위 기준을 은행 업무·부수 업무의 효율성 등으로 완화해 적용하고 있다. 일본·미국의 사례 등을 참고해 국내에서도 효율성 기준을 도입할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시장 상황, 환경 변화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금산분리에 근거한 자회사 투자, 부수 업무 범위에 대한 규제를 변화 또는 수정해야 할 단계”라며 “자회사 투자 범위 확대 시 현행 출자 총액 한도 등 위험 관리 규제가 충분한지, 부수 업무의 위험 관리를 위해 어떤 양적 기준을 도입할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회사 및 부수 업무 범위 규제가 개선되면 가령 보험사에서 동물 병원 예약부터 사료 쇼핑, 반려동물 보험 가입 및 보험금 청구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해질 것”이라며 “본업과의 관련성을 삭제하고 부수 업무의 범위를 명확하게 하는 방향으로 규제가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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