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집값이 안정 흐름을 보이면서 멈춰 있던 양천구 목동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도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그동안 집값 상승을 우려해 이 일대 지구단위계획 확정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서울시 내부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지구단위계획은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 전체에 대한 도시관리방안이 담긴 일종의 밑그림으로 용적률과 건폐율, 가구수 등 토지이용계획의 중요 내용이 담긴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양천구청은 최근 서울시에 목동 신시가지 6단지 아파트의 재건축 정비계획 및 구역지정안을 제시했다. 정비계획안은 2018년 공람된 지구단위계획을 바탕으로 6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가 마련한 것으로, 기존 1362가구에서 최고 35층, 2298가구로 재건축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목동 6단지는 1~14단지에 이르는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중 재건축 속도가 가장 빠른 아파트다. 14개 단지 중 유일하게 2020년 6월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했지만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단지 전체의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재건축 사업이 사실상 멈춰 있다. 여기에 9·11단지가 강화된 2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고 최종 탈락하자 1~5단지, 7·8·10·11·12·13·14단지가 적정성 검토를 위한 서류 제출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정밀안전진단 절차를 미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천구청은 목동 6단지의 사업 진행 속도가 더뎌질 것을 우려해 해당 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가 자체 마련한 정비계획안을 서울시에 제시한 것이다. 정비계획이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하면 그 내용을 지구단위계획에 반영하고 이후 지구단위계획이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통과하면 사업 진행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취지다.
이번 제안에 대해 서울시는 아직 다른 목동 신시가지 단지들이 적정성 검토 통과를 하지 못했다며 다른 아파트 단지들도 적정성 검토를 통과하면 그때부터 지구단위계획 상정 및 개별 단지들의 정비계획 및 구역 지정안 입안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목동 재건축 사업 추진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조금 더 집값이 안정돼야 목동 전체 재건축 사업의 진행 여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근본적 이유였다. 실제로 올 초까지만 해도 집값이 안정화 여부가 불투명했고 서울시는 이 일대에 지정됐던 토지거래허가구역도 지난달 17일 한 차례 더 연장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집값 흐름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이전보다는 서울시에서 목동 신시가지 일대의 지구단위계획을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상정을 위한 여건이 좋아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값은 지난 5월 30일 하락 전환한뒤 11일까지 7주 연속 하락했고 양천구 전체 집값도 지난달 6월 13일 하락전환한 뒤 5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서울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있어 지구단위계획 확정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최근 집값이 안정화 흐름을 보이고 있어 추진 여건은 좋아진 게 사실”이라며 “목동 뿐 아니라 노원구 상계동 등 여건이 비슷한 지역들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결국 목동 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정밀안전진단 규제 완화 여부다. 윤석열 정부는 재건축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정밀안전진단 면제를 약속했지만 시장을 자극할 우려가 있어 현재 실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