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공중제비


-최정례


공중제비를 돌았다

꿈속이었다

빨간 셔츠의 선수가 잔디 위에서

펄쩍 뛰어오르더니

공중제비를 돌았다

당나귀가 한밤중에 마구간을 뛰어넘어

공중제비를 돌았다



긴장을 완화하는 한 방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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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이 지나갔다

슬픔이 지나갔다

발을 굴렀다

공중제비를 돌았다

혼자였다

아침마다 국민체조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공중제비가 좋겠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온 국민이 도는 거다. 살도 빠지고, 기분도 좋아질 거다. 혼자서 돌 수 없는 뻣뻣한 사람들은 가족들이, 친구들이, 이웃들이 돌려주는 거다. 바람개비처럼 가뿐해지는 거다. 몸이 불편한 어른들은 안전벨트가 있는 회전 기구에 태워서 한 바퀴씩 돌려주는 거다. 한 몸의 중력도 벅찬 사람들이 저마다 물 찬 제비가 되어 보는 거다. 공중제비를 하려면 주머니를 비워야 한다. 비싼 장신구도, 지갑도, 동전도 다 꺼내놓아야 한다. 하루 세 번 무소유를 실천해 보는 거다. 주머니 없는 연미복을 입고 강남까지 날아가 보는 거다.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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