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기간 비대면 소비 증가에 힘입어 급성장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들이 최근 연이어 오프라인으로 뛰쳐나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자 이제 소비자들과의 스킨십을 확대하는 전략이 플랫폼 자체는 물론 입점 브랜드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20일 패션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패션 플랫폼 29CM는 올해 3분기 중 서울 성수동을 비롯한 다양한 지역에 입점 브랜드의 상품을 차례로 선보이는 오프라인 매장을 열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서 지난 13일 ‘이구성수’, ‘29CM 성수’, ‘이구갤러리’, ‘29CM 갤러리’ 등 상표권을 출원했다. 29CM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운영했던 ‘29맨션’이 29CM를 알리는 팝업 공간이었다면 현재 준비 중인 매장은 입점 브랜드들이 더 많은 고객과 만날 수 있도록 돕는 접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9CM가 팝업 매장에 이어 정식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이려는 이유는 앞서 다른 패션 플랫폼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연 배경과 같다. 브랜드를 알리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데에 오프라인 진출이 효과적이며,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본 것이다. 게다가 플랫폼들의 오프라인 매장은 20~30대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맛집’으로 등극하는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는 선순환 홍보 효과까지 내고 있다.
올해 3월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에 첫 번째 오프라인 매장을 연 W컨셉은 지난 15일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에 두 번째 매장 ‘W 스테이션’을 선보였다. 신세계그룹의 유통 인프라를 활용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O4O(Online for Offline)’ 전략으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이다. W컨셉 관계자는 “대구점 오픈 첫 3일 동안 매장을 운영한 결과 20~30대 여성·커플 고객이 많이 찾았고, 주말 오후에는 피팅룸 대기가 발생할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1위 업체인 무신사는 지난해 5월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에 이어 이달 초 강남에 2호점을 열었다. 홍대점의 경우 단순히 제품 판매를 넘어 미술 전시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젊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강남점도 오픈 3일 만에 약 8000명이 방문하며 화제를 모았고, 누적 매출 1억 9000만 원을 달성했다.
패션 플랫폼 외에도 그동안 소비자들과의 접점이 적었던 명품 플랫폼들도 잇달아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있다. 머스트잇이 지난해 12월 서울 압구정에 오프라인 쇼룸을 열었고, 발란은 이달 말 서울 여의도 IFC몰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연다. 발란은 이곳을 ‘커넥티드 리테일’ 매장으로 정의하고, 온·오프라인 쇼핑의 장점만 고른 신개념 쇼핑 공간으로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다른 e커머스 플랫폼들도 오프라인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최근 ‘오프컬리’라는 상표권을 출원했으며, 올해 하반기 중 오프라인 공간을 조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티몬도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을 중심으로 입점 브랜드의 오프라인 진출을 지원하는 일명 ‘티몬 거리’를 계획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중심이었던 업체들은 온라인 공략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반면 온라인 플랫폼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주류 패션 시장까지 공략하는 모습”이라며 “패션 업계에 패러다임의 전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