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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다방] 저승판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만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사랑이란

[리뷰] 영화 '만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배우&감독 재회

샤오룬 표 '유통기한 만 년 이상' 사랑


직접 맛보고 추천하는 향긋한 작품 한 잔! 세상의 OTT 다 보고 싶은 ‘OTT다방’

만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을까. 백 년도 아니고 만 년이라니, 터무니없기도 하다. 세상 전체가 바뀌고도 남을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 '만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주인공 샤오룬은 “내 사랑은 만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사람의 감정이 만 년을 간다니, 아무리 100세 시대라고 해도 100번을 다시 살아야 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죽어서까지 사랑한다면 어떨까. 영화는 그 과정을 그린다.

영화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감독인 구파도가 쓴 소설 ‘월노’를 원작으로 한다. 샤오룬은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 커징텅 역으로 큰 인기를 끈 가진동이 맡았다. 몽글몽글하고 섬세한 연기가 특기인 가진동이 또 한번 사랑꾼으로 변신해 관객을 설레게 한다.

영화 ‘만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스틸 / 사진 = 그린나래미디어 제공영화 ‘만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스틸 / 사진 =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영화는 샤오룬이 평생 사랑한 샤오미에게 청혼하는 순간 갑작스러운 사고로 저승에 가면서 시작한다. 사람으로 환생해 샤오미에게 다시 가려면 붉은 실로 인연을 만드는 월하노인 업무를 해야 한다. 업무 수행을 위해 이승으로 온 샤오룬과 파트너 핑키는 티격태격하면서도 호흡을 맞춰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다.

그러다 난관에 봉착한다. 샤오룬이 사랑한 샤오미의 인연을 만들어줘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샤오룬은 눈물을 머금고 샤오미의 손에 붉은 실을 걸지만 이내 붉은 실이 사라져버린다. 전례 없는 일에 월하노인 업무를 하던 사람들이 몰려들고, 붉은 실이 사라지는 이유가 밝혀진다.



'만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가 그리는 저승은 다른 작품과 사뭇 다르다. 저승을 ‘유사 이승’ 정도로 보여준다. 작품 내 저승에서는 자신의 업보에 따라 색을 달리하는 염주로 신분을 확인한다. 망자는 이름 대신 코드명으로 불리고, 그들의 이마를 스캔하면 전생이 나온다. 쏟아지는 망자들을 받아내며 저승 근무자들이 힘들어하기도 한다. 고도로 전산화한 환경과 근무자들의 피로한 모습은 이승과 흡사하다. 업종만 다를 뿐이다. 얼마 전 방영된 드라마 '내일'에 등장한 저승 기업 '주마등'이 떠오르기도 한다.

앞서 말한 '저승 신분증' 염주는 공덕을 의미하는 흰색 구슬과 업보를 의미하는 검은 구슬로 이뤄져 있다. 이 구슬의 비율에 따라 환생 형태가 달라진다. 관련 내용이 ‘환생 표’라는 이름으로 엔딩 크레디트에 재치 있게 담겼다. 환생 표에 따르면 검은 구슬이 많으면 무생물 또는 곤충으로 환생하고, 흰 구슬로만 이뤄졌다면 사람으로 환생한다. 사람보다 높은 환생 형태가 있다는 점이 재밌다. 흰 구슬로만 이루어진 염주에 흰 구슬이 하나 더 있으면 고양이로 환생한다. 고양이 주인을 '집사'라고 부르는 시대기에 이해가 되기도 한다.

호러 및 좀비 요소가 종종 등장한다. 악령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서다. 잔인한 장면들이 꽤 적나라하게 나온다. 대만 로맨스 영화의 달달한 분위기를 기대한 관객은 다소 당황할 것이다.



저승 시스템, 악령의 만행 등 볼거리 속 샤오미를 향한 샤오룬의 사랑은 단연 돋보인다. 샤오룬은 초등학교 5학년, 샤오미를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에 빠지고 바로 공개 청혼을 한다. 계속해서 샤오미를 쫓아다니며 '1초만 사랑해달라'며 애원하고, 어차피 결혼은 자신과 할 거라며 귀여운 최면을 걸기도 한다. 장난스럽게 사랑을 표현하는 듯하면서도 샤오미가 위기에 빠진 순간에 자신을 희생하며 지켜주는 모습은 진정한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샤오룬 표 '유통기한 만 년 이상' 사랑은 장난스럽고, 유쾌하고, 감동적이다.

◆시식평 - 당신은 만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사랑을 하고 있나요?

+요약


제목 : 만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Till We Meet Again, 2021)

연출 : 구파도

등급 : 12세 관람가

길이 : 128분

공개일 : 2022년 7월 15일




볼 수 있는 곳 : 넷플릭스


박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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