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퀴어’는 한국 최초로 퀴어(성소수자)의 연애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보성과 민준, 지해와 민주, 가람과 승은 총 6인이 주인공이다. 각각 게이 커플, 트랜스젠더 커플, 레즈비언 커플이다. 이들의 일상을 보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을 발견하기도 하고 여느 커플과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면서 평소에 가졌던 편견에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방송인 홍석천, 방송인 신동엽, 가수 하니까지 세 MC가 주는 공감과 현실적인 멘트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출연진의 삶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요즘 일반인이 출연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대부분 ‘썸’을 보여줬다. 처음 보는 남녀의 반응을 관찰하고 누구에게 호감을 느끼는지, 처음 만난 사람과의 데이트에서의 ‘대리 설렘’을 느끼는 재미를 보여준다. 현실 커플의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체인지 데이즈’가 있긴 했으나 이 프로그램 또한 나의 연인 외의 다른 사람과 데이트를 해보는 상황으로 결국 처음 보는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일반인 커플의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메리퀴어’의 장면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많은 사람에게 연인 관계를 공표하는 일인데, 이들은 법적으로 아직 결혼할 수도 없는데, 혹여 만나다 헤어지면 어쩌나 하는 작은 걱정도 생긴다. 어쩌면 퀴어라서 불편하게 느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결국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미래를 꿈꾸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삶이다.
알고 보면 다름보다 닮음이 많은 우리
누구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미래를 꿈꾸고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왜 이들에게는 그 당연함이 그렇게 가혹했나. 출연진은 여느 커플과 마찬가지로 아침에 함께 눈을 뜨고 사랑이 넘치는 모습으로 아침을 맞이한다. 집에서 함께 밥을 먹고 일상을 보낸다. 친구를 집으로 초대해 시시콜콜한 고민이나 일상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밖에 나가면 주위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한다. 보성과 민준 커플은 밖에 장을 보러 나가서 손도 잡지 못하고 데면데면하게 굴어야만 했다. 지해와 민주는 수영장에 가서 지해의 성별에 대해 설명하고 결국 수영장을 이용할 수 없다는 답을 받는다. 가람과 승은은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웨딩업체에 “레즈비언 커플인데 괜찮느냐”고 항상 물어봐야 했다. 실제로 동성 커플의 결혼식은 진행하고 있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어떤 일을 하면서 항상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다.
‘메리퀴어’는 당연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의 어려움을 보여주면서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게 한다. 수영장에 가면서 성별에 따른 입장보다는 “나만 앞이 밋밋하다”는 말로 본인만이 신경 쓰이는 부분을 이야기하며 나의 상황이 아니라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점을 돌아보게 한다. 가족과의 관계를 고민하며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찾아간 절에서 스님은 “나도 마찬가지로 결혼하지 않고 평생 혼자 산다. 이것도 일반적인 삶은 아니”라며 종교인이라는 특수성은 인정받을 수 있고 성 정체성이라는 특수성은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단순히 퀴어로 살아가는 삶을 가시화한 것뿐만 아니라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이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MC가 보여주는 부드러운 분위기
홍석천은 모두가 알고 있는 게이 방송인이다. 신동엽은 그의 절친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거리낌 없이 서로에 대해 이야기한다. 홍석천이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하면 신동엽은 장난스럽게 ‘꼰게이’라고 놀리기도 하고 “너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지 마”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홍석천은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공감을 하고 신동엽은 그 과정을 묵묵히 지켜온 홍석천의 친구다. 게이가 동성 ‘헤테로(이성애자)’와 어떻게 오랜 시간 함께 지내올 수 있는지 이들의 관계성을 통해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하니는 낯선 장면은 낯설다고 조심스레 말하고 회사에서 본 프로그램의 출연을 두고 걱정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회사 분들 모두 흥미로워하셨다”라며 열린 자세를 보여줬다. 본인 주변에는 성소수자 친구가 없다며 모든 장면이 생소하다 말하지만 이들의 감정에 공감하고 눈물짓는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 가장 많은 사람인 ‘주위에는 없고 나도 아닌’ 사람이다. 그래서 더 편안하게 볼 수 있다. 세 MC는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이들을 보여줌으로써 다소 낯설 수 있는 출연진의 모습을 융화시킨다.
유튜브가 바꾼 사회
지난 주말 서울퀴어문화축제가 3년 만에 열렸다. 그 앞에서는 어김없이 ‘맞불’ 집회도 열렸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곤 하지만 퀴어를 인정하지 않는 시선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동시에 퀴어의 삶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예능 ‘메리퀴어’가 세상에 나왔다.
출연진 6명은 모두 커플 유튜버다. 보성과 민준은 ‘뽀송한 준’, 지해와 민주는 ‘노네임’, 가람과 승은은 ‘토돌이네’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가 있었기에 이들이 세상에 본인을 드러낼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인지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개인 채널에서 본인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는 것에서 나아가 공개방송 출연을 하게 되기까지는 이들에게도 큰 결심이자 도전이었을 것이다. 좋은 이야기만 들을 수 없을 것은 물론이고, 얼굴이 알려진 이상 출연진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는 사람도 많아진다.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유롭게 살고 싶은 소망도, 홍석천처럼 본인과 같은 입장의 사람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있었을 것이다. 프로그램의 첫 화에서 말한 것처럼 “이런 방송이 나오다니 세상 많이 변했다.” 그 변화의 끝에는 모두가 웃을 수 있을까.
한편 ‘메리퀴어’는 웨이브에서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시식평 -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평범한 연애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