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드라마 우영우처럼…이승민, '장애'물을 넘다

■ 장애인 US오픈 초대 챔피언 등극

노르만과 연장끝 우승 트로피 들어

발달장애 3급에도 KPGA 정회원 따

국내 투어에선 세 차례나 컷 통과

母 "힘들었지만 희망 주는 존재"

제1회 장애인 US 오픈 우승자 이승민. 사진 제공=이승민제1회 장애인 US 오픈 우승자 이승민. 사진 제공=이승민




“힘들기도 했지만 ‘어제보다 오늘이 좋았어’라는 마음으로 왔더니 이제는 하루하루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됐어요.”

21일 발달장애 프로 골퍼 이승민(25)의 어머니 박지애(56) 씨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다. 이날 이승민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 리조트 6번 코스(파72)에서 열린 제1회 장애인 US 오픈 골프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펠리스 노르만(스웨덴)과 연장 승부 끝에 우승했다.



단독 선두로 맞은 최종 3라운드에서 이승민은 1언더파 71타를 쳐 3타를 줄인 노르만과 최종 합계 3언더파 213타 동타가 됐다. 2개 홀 합산 성적을 매기는 연장전에서 이승민은 버디-파를 기록해 파-보기를 한 노르만을 2타차로 제쳤다. 이승민의 공식 대회 첫 개인전 우승이자 이 대회 초대 챔피언 등극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뜻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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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의 우승 뒤에는 묵묵히 아들의 뒷바라지를 해 온 어머니가 있었다. 박 씨는 “승민이가 조금 다른 모습으로 우리 부부에게 찾아온 순간부터 모든 일상이 180도 달라진 삶을 살았다. 하루하루가 힘들고 절망적일 때도 많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눈앞이 깜깜했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골프가 이승민을 세상과 소통하게 도왔다. 그는 “이제는 정말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됐다. 앞으로 승민이가 이 사회에서 더 잘 적응하고 지낼 수 있게 힘써 보려고 한다”고 했다.

어린 시절 이승민. 사진 제공=이승민어린 시절 이승민. 사진 제공=이승민


이승민도 우승 트로피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후 “엄마 고맙다. 힘들었지”라며 어머니를 안아줬다. 7년 동안 아낌없이 자신을 후원해준 하나금융그룹에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하나금융그룹의 모자를 쓴다는 것은 자부심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게 했고 그래서 이런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발달장애 3급인 이승민은 2017년 KPGA 투어 프로(정회원) 자격을 얻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는 세 차례 컷 통과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부 투어인 콘페리 투어 진출에 도전했지만 퀄리파잉 예선에서 탈락했다.

장애인 US 오픈은 미국골프협회(USGA)가 올해 처음 개최한 대회다. 세계 각국의 장애인 골퍼 96명이 남녀부로 나눠 3라운드 54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진행됐다. 남녀부 종합 우승자 외에 8개 범주로 나눈 장애 유형별 우승자에게 동메달이 수여됐다. 선수들을 배려한 세심한 대회 운영도 눈에 띄었다. 벙커 입구는 완만했고 카트길에 굴곡도 없었다. 모든 선수와 캐디의 카트 사용도 허용됐다. 장애 유형에 따라 티잉 구역도 다르게 적용됐다.


정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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