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식(사진) 신협중앙회장은 “자산규모가 작은 농·소형 조합이라도 한 개인이나 1개 기업에 대출해 줄 수 있는 한도가 최소 10억 원은 돼야 하지 않겠냐”면서 상호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신협 등 상호금융기관은 동일인에 대해 총자산의 1%까지만 대출토록 돼 있어 자산 규모가 작은 조합은 대출 영업이 사실상 어렵다. 그렇다 보니 전국 신협 점포들이 지방에서 사라지고 있는 시중은행 영업점들의 빈자리를 메꾸고 싶어도 제대로 된 여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아울러 그간 신협의 손발을 묶어온 대표적인 규제인 ‘경영정상화 약정(MOU) 조기 해제’도 올 하반기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2022 세계신협협의회(WOCCU) 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국 900개 조합 중 약 400개가 농소형 조합”이라면서 “자산규모가 작은 일부 농소형 조합은 동일인 한도가 2억 원으로 묶여 있어 아파트 대출조차 제대로 해주지 못한다”면서 안타까워했다. 현재 신협은 동일인에 대해 총 자산의 1%(최대 7억 원)만 대출 가능하다. 만약 총자산이 200억 원인 신협이라면 대출 한도는 2억 원으로 제한돼 대출 영업에 타격이 크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 1000억 원 미만 신협은 전체의 약 36%(322개)를 차지한다. 결국 전국 신협 점포를 늘려도 지방에 몇 안되는 시중은행 점포들의 ‘대안’ 역할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상호금융기관에 대한 동일인 대출 한도 규제 등이 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말 1658개였던 전국 신협 점포는 현재 1678개로, 600~800개 점포를 가진 시중은행 보다 많다.
신협의 발목을 오랫동안 잡아온 ‘MOU 조기 졸업’도 올 하반기 집중 추진할 계획이다. 신협처럼 외환위기 시절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받았던 수협중앙회가 지난 달 조기 전액 상환에 성공하면서, 이행기간이 2024년까지였던 신협의 MOU 조기 해제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신협은 2007년 정부로부터 2600억여 원의 지원을 받아 MOU를 맺었다. 하지만 8년 연속 흑자를 달성하고 지난해 전국 신협이 역대 최대 규모의 당기순이익(5156억 원)을 달성한 만큼 MOU 조기 해제 요건을 충분히 갖췄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아울러 신협이 지향하는 ‘포용금융’ 실천 차원에서 ‘신협판 햇살론’과 다문화 가정을 위한 특화 여수신 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신협중앙회가 최근 4년 간 고령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해온 ‘7대 포용금융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신협판 햇살론의 지원 대상과 금리는 기존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과 비슷하다. 신협중앙회가 신용보증재단에 약 100억 원을 출연하고 재단의 보증을 통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연 7~8%대 금리로 1인당 약 1000만 원 한도로 대출해주는 게 골자다. 김 회장은 “약 2만 명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다문화 가구를 위해 오는 9월 총 1300억 원 규모의 금융 서비스도 지원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국내 거주 중인 37만 다문화 가구 중 소외 받는 가정 없이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병원비 등 긴급 생계 용도로 돈이 필요한 한 자녀 이상 다문화 가구에게 연 2%대 저리로 1인당 신용대출 1000만 원(최장 2년)을 지원해주면서, 고금리 적금 상품을 제공해 목돈 마련까지 돕는 게 최종 목표다. 자녀가 있는 다문화 가구는 1인 당 매달 최대 30만 원 씩 저축할 수 있는 적금 형식으로 연 7% 금리를 제공한다. 한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래 전략’을 주제로 열린 이번 총회에는 전 세계 51개국 1600여 명의 신협 관계자와 조합원들이 참석했다. 영국 스코틀랜드=윤지영 기자 yjy@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