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최대불씨' 손배소 결론 못내…경영정상화서 매각까지 첩첩산중

[대우조선 파업 종료]

■ 상처만 남은 하청파업 51일

2조대 적자에 8000억 추가손실

'세계 최고' 한국조선 이름값 실추

실적악화에 새주인 찾기도 비상

노노갈등 심화에 추가충돌 우려도





권수오(왼쪽 세 번째) 대우조선해양 사내 협력회사 협의회 대표와 홍지욱(〃 네 번째)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위원장 등이 22일 임금 인상안 등에 잠정 합의한 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거제=연합뉴스권수오(왼쪽 세 번째) 대우조선해양 사내 협력회사 협의회 대표와 홍지욱(〃 네 번째)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위원장 등이 22일 임금 인상안 등에 잠정 합의한 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거제=연합뉴스


22일 대우조선해양(042660) 하청 업체 노조 파업이 51일 만에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공권력 투입에 따른 물리적 충돌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모면했다. 하지만 장기화된 불법 도크 점령으로 적자의 늪에 허덕이는 대우조선과 하청 업체는 큰 피해를 입었으며 근로자들도 조업 차질과 노노 갈등 심화라는 상흔을 안게 됐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우조선의 경영 정상화와 조속한 매각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으며 나아가 우리 조선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승자 없이 패자만 있는 협상=통상 노사 협상의 핵심인 임금 인상이나 노조 권리 증진과 같은 문제는 양측이 신속하게 타협을 봤다. 처음부터 하청노조는 올해 30% 임금 인상을 요구했지만 협상 며칠 사이 인상안 4.5%를 받아들였다. 조선업의 특성상 특근 등 수당이 높기 때문에 원래 인상안보다 대폭 낮아진 인상분을 수용했다. 이 밖에 노조 사무실 설치나 타임오프제 같은 노조 편의 사항에 대해서도 사측은 크게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부제소 합의’와 고용 승계 문제가 막판까지 걸림돌로 남았다. 하청 업체의 한 대표는 “하청노조가 무단으로 도크를 점거하는 사이 10곳 가까운 하청 업체들이 폐업했고 하청 업체의 일반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었다”며 "다시 한 번 현장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 하청 업체들과 대우조선은 파업 참여자에 대한 손배해상 청구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실제 이번 파업은 대우조선 설립 이후 가장 강경한 방식이었다. 2015년 대우조선 노조는 임금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파업을 시작했는데 오후 반나절 동안 집회를 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아무리 강경한 파업이라고 해도 크레인을 점거해 일정 부분은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며 “선박 건조의 핵심인 도크를 한 달 넘게 막아선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산적한 숙제만 남은 사상 초유의 파업=이번 파업으로 대우조선과 국내 조선 업계는 상당한 부담을 지게 됐다. 우선 가뜩이나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대우조선은 재무구조에 더욱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대우조선은 1조 7547억 원 규모의 적자를 봤다. 올 1분기에도 470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조선 발주가 늘어나고 있지만 3~4년 전 수주 절벽의 영향으로 현금 흐름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조 원대 적자에 더해 이번 파업으로 회사 측은 8000억 원 안팎의 추가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재무적 손실 외에 세계 최고라는 한국 조선의 이름값도 크게 실추됐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51일 동안 조선소가 멈춰 서면서 오히려 중국 조선소가 어부지리가 된 꼴”이라며 “중국 조선소들은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한국이 우수한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력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조선은 오히려 ‘노조 디스카운트’만 받게 됐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대우조선의 새 주인 찾기에도 비상이 걸렸다. 조선 호황으로 일감이 쌓이고 있어 모처럼 대우조선 매각과 경영 정상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실적 악화와 대외 신인도 저하 등 리스크가 더 커지면서 “이런 상황에서 누가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에 나서겠느냐”는 인식만 확산되고 있다.

노노 갈등이 심화되며 앞으로 조선소 내 추가 갈등도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하청노조 파업 초기부터 비노조원, 원청 직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었다. 하청 업체의 한 대표는 “파업에 왜 참여하지 않느냐며 문자로 심한 말을 하거나 생산 현장에서의 가벼운 몸싸움은 예삿일이었다”고 전했다. 하청노조 파업 중에 대우조선 직원들이 맞불 집회를 여는 등 시간이 갈수록 노사 협상에서 노조 간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었다. 이번 협상안 타결 전까지 합의가 지지부진했던 것도 일부 과격한 하청노조원들의 고용 승계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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