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동십자각]세밀한 접근 필요한 반도체정책

양철민 경제부 차장





윤석열 정부에서 가장 주목받는 산업은 단연 반도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 등 주요 자리에서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매번 강조한다. 다만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범정부차원의 과감한 지원 및 수요자 중심의 세밀한 접근은 부족해 보인다.

현 정부의 반도체 육성 전략과 관련해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21일 진행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 행사다. 이날 공개된 반도체 전략의 만듦새는 ‘이보다 좋을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훌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반도체 전도사’처럼 보였던 윤 대통령이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점에 고개를 갸웃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달 반도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포토마스크’를 들고서 국무위원들에게 “반도체를 공부하라”고 일갈했다. 마치 지난해 4월 열린 반도체 공급망 회의에서 반도체용 웨이퍼를 들고 나타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연상시켰다.

관련기사



하지만 이후 행보는 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5월 방한해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를 가장 먼저 방문하며 반도체 공급망 구축 의지를 드러낸 반면 윤 대통령은 반도체 전략 발표 당일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업계에서 “윤 대통령이 반도체 전략에 보다 힘을 실어줘야 했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실이 침묵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복권 문제도 현 정부의 ‘반도체 진심’을 의심하게 한다. 국내 기업 대부분은 오너가 이사회에 참여해 대규모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선진 경영 방식과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투자 리스크를 오너가 책임지는 한국 특유의 경영 방식으로 ‘반도체 초격차’가 가능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상당하다. 반면 이 부회장은 취업 제한 규정 때문에 5년 뒤에나 이사회 등재가 가능해 공식 투자 결정 과정에서 수년간 배제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8조 2000억 원의 설비투자를 단행했다. 이 부회장의 취업 제한 문제가 ‘깜박 졸면 죽는다’는 반도체 산업에서 삼성전자의 ‘투자 실기’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요즘들어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탈(脫) 중국론’은 반도체 산업 리스크를 키운다. 최근 정부 고위 관계자나 많은 정치인들은 “중국의 대안 시장이 필요하고 시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 같은 발언이 중국 측을 자극해 불필요하게 ‘차이나 리스크’를 키운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중국 현지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인 한국 기업들은 미중 무역 분쟁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에 항상 마음을 졸인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 새판짜기 전략이 안보에 기반한 현실적 정책이기는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차이나 리스크는 더욱 커진 모습이다. 국내 반도체 수출액 중 중국 비중은 40%에 달한다. 차분하면서도 보다 균형잡힌 대(對) 중국 정책 수립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브레인 스토밍’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종=양철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