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난의 행군’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지난 5월 '오미크론' 코로나 확산으로 북·중 국경이 봉쇄되고 만성적 경제난이 겹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아사자까지 발생했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공화국 비상 국면'이라고 언급했다. 태풍 등 자연재해까지 덮친다면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한 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한은 지난 1월 김일성 생일 110주년 행사 등을 준비하기 위해 코로나로 2년간 막았던 국경 봉쇄를 풀었다. 중국산 식량과 물자가 들어오면서 북 장마당에도 오랜만에 활기가 돌았다. 그런데 지난 5월 김정은이 직접 '오미크론' 확산을 인정하며 국경을 재봉쇄하면서 식량난이 악화됐다. 지난 2년간 북은 비축미를 풀어 식량 부족분을 충당했는데 비축미가 바닥을 드러낸 상황에서 국경까지 닫히자 장마당에 풀릴 식량 자체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내부 소식통은 "주민들이 돈은 있는데 식량 자체를 구하지 못해 굶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북은 중국 측에 열차 운행 재개를 요구했지만 이번엔 중국 측이 '북 코로나 확산'을 이유로 주저하는 상황이다.
계절적 요인도 겹쳤다. 햇감자가 나오긴 했지만 9월 말 추수 전까지 생산할 식량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현재 주민들은 햇감자와 산나물 등 대체 식량을 섞어 먹고 있다"며 "강원도와 개성, 양강도 등 일부 지역에선 아사자가 나왔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국경 지역인 혜산에선 코로나로 격리된 일가족이 일주일간 식량 공급을 받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는 배급에만 의지하다가 주민 100만 명 이상이 아사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엔 주민 대부분이 장마당에서 식량을 구하면서 극심한 식량난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발생한 북 식량난은 배급 시스템이 아닌 장마당에서 생긴 문제라는 점에서 심각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 농축산 공무원 출신인 조충희 굿파머스 소장은 "수입 중단 장기화로 장마당 내부 물자가 소진된 상황"이라며 "식용유의 경우 코로나 이전 8000원에서 현재 3만 2000원까지 올랐지만 물건이 없다"고 했다.
최근 중국이 연말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국경 검역을 강화하면서 북 식량난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을 식량 지원이 시급한 44개국에 포함했다.
북한 당국도 최근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달 들어 "공화국 행로에서 오늘과 같이 초강도의 비상 국면은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