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치료를 위한 한약재로 쓰이는 ‘황정(층층갈고리둥굴레)’이 동물실험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합성에스트로겐(E2)을 투여하는 기존 호르몬 보충요법에 비해 부작용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인 천연 갱년기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자생한방병원은 척추관절연구소 박두리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황정의 갱년기 치료 기전과 안전성을 확인한 동물실험 결과가 SCI(E)급 국제학술지 ‘Biomedicine & Pharmacotherapy’ 7월호에 게재됐다고 25일 밝혔다.
갱년기란 여성 호르몬 분비가 점차 줄어들어 더 이상 월경을 하지 않고 임신 능력이 영구히 정지되는 시기를 말한다. 몸 안의 호르몬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신체·심리적 변화가 동반되는 것이 특징이다. 갱년기에 접어든 여성들은 대부분 안면홍조, 건망증, 발한과 같은 초기 신체적 증상 뿐 아니라 기분이 우울해지고 불안감을 느끼는 등의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증상을 장기간 방치할 경우 골다공증, 비만, 심혈관질환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합성에스트로겐(E2)을 투여하는 기존 치료법의 경우 자궁내막암, 유방암 등의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일부 보고가 있어 부작용이 적은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 이런 가운데 척추관절연구소 연구팀이 동물실험을 통해 자생한방병원에서 갱년기 치료를 위해 주로 처방되는 JS트로겐의 주요 한약재 성분인 황정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한 것이다.
연구팀은 실험 쥐에게 난소절제 수술을 시행해 갱년기와 같이 여성호르몬이 감소한 환경을 재현한 다음 황정 투여군과 합성에스트로겐 투여군으로 나눠 실험을 진행했다. 6주동안 황정 추출물 및 합성에스트로겐을 각각 구강 투여하고, 황정 투여군의 경우 황정 추출물을 100, 200, 400mg/kg 등 3가지 농도로 처리해 농도에 따른 차이를 살펴봤다.
연구팀은 가장 먼저 질의 두께 회복 정도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기 위해 질 표피세포 및 단면의 염색을 실시한 후 여성호르몬이 발현하고 기능하도록 돕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알파(ERα)’와 ‘에스트로겐 수용체 베타(ERβ)’의 발현량을 관찰했다. 질 조직 내 ERα와 ERβ 발현량이 많을수록 질 표피 두께 회복이 촉진되며 이는 질 건조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황정 투여군의 경우 가장 높은 ERβ 발현량을 보이며 뛰어난 표피 두께 회복 효과를 보였다. 황정은 ERα와 자궁내막 과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인자인 ‘섬유아세포성장인자(Fgf)2’와 ‘Fgf9’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합성에스트로겐 투여군은 정상군과 황정 투여군에 비해 자궁내막에서 ERα 발현량이 두드러지게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ERα 발현량 증가가 자궁내막 과형성과 같은 부작용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는 이유를 들어 황정 투여군의 치료 안전성이 합성에스트로겐 투여군 보다 높다는 해석을 내놨다.
또한 연구팀은 각 치료군에 대한 다리뼈 CT(컴퓨터 단층) 촬영, 체중 및 콜레스테롤 측정, 혈중 세로토닌 호르몬 측정 등의 실험도 실시했다. 실험 결과 황정 투여군의 체중이 더 낮았고, 다리뼈 CT와 여러 골질량 관련 수치에서도 뼈 보호 효과를 보였다. 황정이 질 건조증 뿐만 아니라 골다공증과 비만, 우울감과 같이 갱년기에 동반될 수 있는 증상 감소에도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박두리 선임연구원은 “이번 논문은 JS트로겐의 주요 한약재인 황정의 갱년기 개선 효과와 기전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천연 갱년기 치료제로써 호르몬 치료의 부작용 우려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사용이 가능한 만큼 치료법 활용 및 건강기능식품으로의 개발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