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는 경제·사회 전반의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블록체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 만난 마티아스 루흐(Mathias Ruch) CVVC 최고경영자(CEO)는 “블록체인이 아프리카 대륙을 바꿔 놓을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CVVC는 스위스 최대 블록체인 전문 벤처캐피탈로 아프리카 투자 펀드를 운용한다. 4년 내 아프리카 소재 블록체인 기업 100곳에 투자한다는 목표로 올해 새로운 펀드도 조성했다. 루흐 CEO는 “2019년 10억 달러 규모의 아프리카 블록체인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데 1년이 걸렸지만, 2020년에는 불과 7주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곧 아프리카에서도 블록체인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를 젊고, 새로운 기술을 언제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된 시장으로 판단했다.
아프리카, 금융소외계층·신뢰 격차가 기회요인
루흐 CEO는 아프리카 시장의 잠재력으로 높은 ‘언뱅크드(unbanked)’ 인구를 꼽았다. 언뱅크드란 은행, 신용카드 등을 사용하지 않는 금융소외계층을 뜻한다. 그는 “아프리카 사람 3명 중 2명은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가 없다”며 “블록체인 기술은 은행의 문턱을 넘을 수 없는 이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사회 전반의 낮은 신뢰도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블록체인 기술이 실제로 해결하는 사례도 속속 나온다. CVVC가 투자한 ‘하우스 오브 아프리카’는 토지대장을 블록체인 상에 기록해주는 서비스다. 공공 토지대장 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나이지리아의 경우 시·도에서 운영하는 시스템에 토지대장을 등록하더라도 권리를 제대로 보장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조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토지대장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나 중개인 등 제3자를 신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크립토윈터’에도 끄떡 없어…코인 아닌 블록체인 실사용에 집중
최근 ‘크립터윈터’가 찾아오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장기 침체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지만 CVVC는 끄떡없다는 입장이다. 루흐 CEO는 “우리는 토큰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상품과 서비스에 집중하기 때문에 코인 가격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테라-루나에 투자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루나는 상장된 코인이기 때문에 벤처캐피탈이 투자할 영역은 아니다”라며 “CVVC는 블록체인의 실제 활용 사례에만 투자한다”고 말했다.
루흐 CEO는 CVVC 포트폴리오와 투자 성과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벤처캐피탈은 장기 투자 사이클인 만큼 끝까지 가봐야 안다”면서도 “50개 정도의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현재로선 40% 정도 흑자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중 유일하게 엑시트한 암호화폐 커스터디 서비스 ‘GK8’는 투자 원금 대비 5배 가량의 수익을 실현했다.
비트코인, 블록체인 최초 구현된 사례…네트워크 효과 커
스위스 최대 블록체인 VC를 이끌고 있는 그가 보는 비트코인 전망은 어떨까. 그는 “코인의 기술에 대해서는 평가해도 가격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는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비트코인은 최초로 블록체인이 구현된 사례이자 아직까지도 살아남은 유일한 존재”라며 “가격이 떨어진 것과 별개로 비트코인이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의 가치는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믿는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흐 CEO는 거품과 투기가 걷어지는 지금이 블록체인에 투자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투기 이면에 있는 블록체인의 잠재력을 들여다볼 때”라며 “블록체인의 성장을 근본적으로 지지(support)하는 회사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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