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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피봇 내년 vs 올해”…GDP 발표 앞두고 침체논쟁 거세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7월 FOMC이후 기자회견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가 관심사다. 기자회견 화면캡처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7월 FOMC이후 기자회견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가 관심사다. 기자회견 화면캡처


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27일 나올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와 이번 주 주요 빅테크 기업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엇갈린 모습을 보였습니다. 나스닥이 0.43% 내렸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각각 0.13%, 0.28% 올랐습니다.



지난 금요일 스냅 후폭풍이 시달렸던 기술주는 이날도 약세를 보였는데 마이크로소프트(-0.59%), 애플(-0.74%), 아마존(-1.05%) 등이 줄줄이 하락했는데요.

월가의 관심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전환, 즉 피봇(Pivot)에 쏠렸습니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번에 연준이 0.75%포인트(p)의 금리인상을 하더라도 최소한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비둘기파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왔는데요. 하지만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9.1% 상승한 상황에서 아직은 이르다는 반론이 큽니다. 오늘은 FOMC와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수치 공개를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연준의 피봇과 경기침체 논쟁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일부, 연내 금리인상 중단 기대”…“올해는 일러 경기둔화에 내년엔 가능할 수도”


월가에서는 연준이 27일 0.75%p의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다고 보고 있는데요.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기준 0.75%p 확률이 75.1%, 1%p는 24.9%입니다. 여전히 1%p 확률이 낮지 않지만 미시간대 인플레이션 기대, 주택시장, 소매판매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 시 0.75%p 쪽에 기우는 건데요. 브루스 카스만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0.75%p 인상을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7월 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무슨 말을 할지에 관심에 쏠리는데요. 1%p라는 깜짝 카드를 꺼내지 않는 한 0.75%p는 시장이 아는 내용이기 때문이죠. 샘 스토발 CFRA 리서치 수석 투자 전략가는 “연준이 수요일에 아마도 0.75%p의 금리인상을 하겠지만 그들은 추가로 있을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보다 더 완화적인 톤을 유지할 것”이라고 점쳤는데요.

미 경제 방송 CNBC는 “파월 의장은 7월 FOMC 후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 중단에 대해서 말하지 않겠지만 황소론자들은 이미 8월에 있을 잭슨홀 미팅이 인플레이션은 개선되고 있으며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을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들은 올 후반기에 금리인상이 중단될 수 있다고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파월이 FOMC 후 기자회견에서 어떤 발언을 하느냐는 중요하지만 연준이 급격히 입장을 바꿀 것이냐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많은데요. 금리인상을 멈추거나 한발 더 나가 내리기 위해서는 경기가 급격히 둔화하거나 침체에 빠진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하죠.

CME 페드워치상 7월 금리인상 전망. CME 페드워치CME 페드워치상 7월 금리인상 전망. CME 페드워치


미국의 6월 실업률은 3.6%로 역대 최저 수준입니다. 소매판매도 전월 대비 1.0% 증가했어요. 애매한 숫자지만 예상치를 웃돌았습니다. 미쉘 기라드 내트웨스트 마켓의 미국 헤드는 “연준은 금리를 인하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연준이 급격히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거나 침체에 빠질 상황이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하기에는 앞뒤가 안 맞습니다. 어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경기침체는 단순히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아니라 경제의 광범위한 생산 감소가 있어야 한다”며 침체를 부정했었죠. 백악관과 재무부가 경기가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강하다고 하는 판에 연준이 다른 얘기를 꺼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말입니다. 스티븐 비팅 씨티 최고투자전략가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방어막을 내릴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본다”고 했는데요.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연준은 스스로 사전적 대응에서 사후적 대응으로 정책을 바꿨습니다. 데이터를 확인한 후에 움직이겠다고 하는 거죠. 이를 고려하면 인플레이션이 몇 달 간 떨어지는 모습과 노동이 확실히 악화하는 수치가 나와야 정책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래야 자신이 만든 논리에 맞기 때문이죠. 장 폴 얘거스 바클레이스의 웰스&인베스트먼트의 자산분배 헤드는 “최근의 경제 데이터를 보면 (중앙은행의 매파적 성향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그들의 긴축 페달에서 발을 뗄 수 있을 정도로 안심을 하려면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떨어진다는 한동안의 기간이 필요하다. 그것은 아마도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도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 연준을 더 오래 매파적이게 할 것”이라며 “이번에는 연준의 금리인상 중단이 너무 늦게 올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내년엔 가능한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루짜리 초단기 대출금리인 OIS(Overnight Index Swap·오버나이트 인덱스 스와프) 같은 금리 파생상품을 보면 연준이 연말까지 금리를 3.3%까지 올린 뒤 내년 6월께 금리인하를 시작, 2024년 중반까지 2.5%로 낮출 것으로 본다고 전했는데요. WSJ은 “투자자들은 연준이 내년에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릴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여도 침체는 아니다” vs “내가 백악관 있었으면 침체 인정”


중요한 건 ‘인플레이션 피크 논의-연준 통화정책-경기침체 논쟁’ 이 세 가지가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인플레이션이 피크를 치고 내려간다는 건 뒤집어 보면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는 뜻이고, 그게 좀더 나가면 침체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을 시작했지만 침체가 오면 결국 금리를 내려서 부양을 하게 되지요. 연준의 금리인하 전망도 경기 악화나 침체를 한쪽에 깔고 있습니다.

세 가지 요소 가운데 하나인 침체 논쟁의 관건은 28일에 나올 GDP 수치입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에 따르면 2분기 GDP 성장률 추정치는 -1.6%입니다.

월가의 예상치는 1% 수준의 성장을 점치고 있지만 1분기(-1.6%)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주말인 어제부터 시장을 다시 한번 달구기 시작했습니다. 재러드 번스타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은 이날 “소비자들의 재무상황이 좋고 이들이 지출을 하고 있다. 기업 상황도 좋으며 노동시장은 강하다”며 “2분기 연속 마이너스가 침체라는 주장은 틀렸다”고 지적했는데요.

그동안 월가에서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는 기술적 침체라고 하면서 이것이 반드시 경기침체냐는 데 논란이 많았습니다. 흥미로운 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침체라면 연준이 금리를 내려야 하는 근거가 되기도 하는데 조 바이든 행정부는 번스타인의 말처럼 절대로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은 데다 11월 중간선거도 있지요. 셈법이 상당히 복잡합니다.

케빈 해셋 전 백악관 CEA 위원장. 위키피디아케빈 해셋 전 백악관 CEA 위원장. 위키피디아


이는 침체논쟁에 정치적 요소가 있다는 뜻입니다. 어쨌든 28일 GDP 수치에 따라 경기침체와 연준의 정책방향, 인플레이션 전망 논의가 다시 한번 이뤄질 수 있죠.



추가로 단순히 지금 침체가 아니라고 해서 미국 경제가 앞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보면 안 되는데요. 뭔가 문제가 생기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트럼프 행정부 때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케빈 해셋은 “불행하게도 (2분기 연속 마이너스가) 경기침체가 아니라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2차 대전 이후 이런 게 10번 있었는데 모두 침체였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거부하는 건 바로잡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백악관에 있었으면 침체를 인정했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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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노동시장이 아직 강세라는 주장에는 “역사적으로 노동시장은 천천히 움직인다”고 답했습니다. 지금은 상대적으로 나아보일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는 말이죠. 해셋은 “나는 임금 때문에 근원 인플레가 당분간 5~6%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연준은 7월에 0.75%p를 올리겠지만 1%p로 더해야 한다. 인플레가 너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닥터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이날도 블룸버그TV에 나와 “마일드하거나 얕은 침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은 부채비율이 높고 좀비기업이 많아 심각한 침체와 금융위기로 가고 있다”고 또 한번 얘기했는데요. 그는 매번 위기를 말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침체 가능성을 진지하게 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개인적으로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여도 침체로 보지 않을 것”이라며 “연준이 데이터에 의존해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노동시장이 나빠지는 게 확인돼야 정책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통화정책 전환은 올해는 아니어도 내년은 가능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는데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내년에 통화정책 전환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얘기는 내년에는 경기가 상당하게 둔화할 거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완만한 침체 가격반영에도 통화정책 변경 무조건 좋지는 않을 수도”…“러, 노르드스트림1 가스공급 20%로 줄여”


실제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이날도 한때 연 2.81% 수준으로 2년(3.02%)보다 낮아 침체 신호를 보냈는데요.

침체와 관련해서는 증시가 어느 정도의 침체를 반영하고 있느냐가 관심인데요.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건 전략가는 “경기침체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미 시장에는 완만한 침체는 가격에 반영돼 있다”고 했는데요. 블룸버그는 “씨티와 UBS글로벌 웰스매니지먼트는 소비지출이 견고해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걱정했던 것보다 나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증시는 이미 많은 악재에 대한 가격을 매기고 있다”고 분석했죠.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금리인상 중단·인하가 증시에 좋기만 하냐에 대한 의견은 갈립니다. 금리인상이 기술주를 중심으로 타격을 주기도 하지만 경기가 나빠지면 기업이익은 감소할 수밖에 없고 이는 또 증시에 악영향을 주지요.

LPL 파이낸셜에 따르면 완만한 침체는 어닝 감소를 이끌지만 보통 1년 정도 지나면 회복한다고 하는데요. 심각한 침체는 어닝에 치명적 결과를 낳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91%까지 감소했지요. 어쨌든 시장에서는 올해보다는 내년, 심각하기보다는 얕은 수준의 침체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각자 정도와 시기가 문제지 금리인상을 피하니 침체라는 또다른 복병을 만날 수 있는 거죠.

에너지를 둘러싼 푸틴의 전략놀음이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에너지를 둘러싼 푸틴의 전략놀음이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맥스 케트너 HSBC 최고 멀티애셋 전략가는 “연준이나 유럽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일시 중단하거나 내리는 것이 주식에 자동적으로 좋을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통화정책 변경은) 인플레이션이 기적적으로 2%로 떨어지고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돼서가 아니라 커다란 경기침체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요.

알리시아 레빈 BNY 멜론 주식 헤드는 “나는 인플레이션 피크과 연준의 매파적 성향이 피크라는 점이 가격에 반영돼 있다고 본다”며 “지금의 리스크는 시장의 낙관론이 연준을 잘못 이끄는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증시가 충분히 빠지지 않으면 연준 입장에서는 수요감축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고 추가로 금리를 올려도 시장이 버틸 수 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죠. 최근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 ISI 부회장은 “시장이 다가오는 FOMC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보다 유한 톤을 보여줄 것이라고 과도하게 기대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반면 션 다비 제프리스의 전략가는 “침체와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는 말과 달리 연준의 피봇은 아직 사람들의 관심을 못잡고 있지만 국채금리의 신호가 맞다면 올해 말 긴축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금리인상이 주는 역풍은 감소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위험 요소가 곳곳에 많다는 점입니다. 러시아 가스회사 가즈프롬은 이번 주에 독일로 가는 노르드 스트림 파이프라인의 가스공급량을 최대 용량의 20%로 줄이겠다고 밝혔는데요. 그동안 40%로 낮춰 공급해오던 것을 더 줄이겠다는 겁니다. 겨울을 앞두고 러시아가 계속 전략적 놀음을 하는 건데요. 이미 독일은 경기침체의 문턱에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 연준의 통화정책이라는 복잡한 방정식에 대한 답이 나오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듯한데요. 1차로 이번 주 시장 반응이 중요하겠습니다.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26일부터 매주 화~토 오전6시55분 서울경제 ‘어썸머니’ 채널에서 생방송합니다. 오늘이 첫방송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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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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