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단독] 티빙·쿠팡에도 밀린 '왓챠' 결국 M&A 매물로

차별화 전략·프리IPO 등 시장 급변에 실패 맛봐

국내 OTT, 거대 콘텐츠 기업 중심 시장 재편

카카오·크래프톤 등 잠재 인수 후보 거론

박태훈 왓챠 대표가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2022년 왓챠 미디어데이’에서 왓챠 2.0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왓챠)박태훈 왓챠 대표가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2022년 왓챠 미디어데이’에서 왓챠 2.0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왓챠)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인 '왓챠'가 막강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대형 콘텐츠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결국 경영권 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넷플릭스와 티빙, 웨이브 등 경쟁 OTT 서비스들이 제작비 수백억 원을 가볍게 쓰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면서 왓챠가 존재감을 나타내기는 쉽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최근 시중 금리가 급등하며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줄이 마른 것도 왓챠가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 등을 통한 활로 찾기를 어렵게 했다. 왓챠는 인수·합병(M&A)을 통해 국내 대형 기업과 동맹 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왓챠는 국내 게임·플랫폼 등 콘텐츠 기업들을 대상으로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주관사 도움 없이 박태훈 왓챠 대표가 직접 잠재 원매자들을 만나 경영권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협의에 따라 박 대표가 경영권을 유지하고 단순 투자를 유치하는 것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2011년 설립된 왓챠는 영화 리뷰 커뮤니티로 시작해 2015년 왓챠플레이를 출시하며 넷플릭스에 이어 국내 OTT 시장에 뛰어들었다. 박태훈 대표가 창업자로 현재 지분 15.8%를 보유하고 있다. 주요 투자사로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한국산업은행, 카카오(035720)벤처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이 있다.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708억 원, 영업손실 248억 원을 기록했다.



매각 지분가치에 대한 본격적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왓챠는 지난해 10월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490억 원을 유치했는데 당시 평가된 전체 기업가치는 3380억 원 수준이었다. 다만 왓챠가 경영상 어려움 등으로 인해 자진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해당 기업가치에서 일정 부분 할인된 수준의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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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는 OTT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게임사와 콘텐츠 사업 강화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관련 업체와 다각도로 매각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인수 후보자로는 크래프톤(259960), 카카오, 쿠팡 등이 거론된다. 실제 왓챠 측은 해당 기업들과 물밑에서 접촉하며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쿠팡의 경우 수년 전에도 왓챠 측에 인수를 제안한 적이 있었던 만큼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꼽힌다.

박 대표는 왓챠의 M&A가 이뤄지더라도 자신이 보유한 지분의 매각은 최소화하고 회사에 남아 인수 기업과 공동으로 경영하는 것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 대표의 지분 15.8%를 제외하고 재무적투자자(FI)와 기타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 60~80%를 매각하는 형태로 M&A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한 왓챠 투자사 관계자는 "박 대표가 창업자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 매각 이후에도 지분을 남기고 회사 경영에 계속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왓챠가 경영권 매각에 나선 결정적인 이유로는 국내 OTT 시장에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콘텐츠 공룡들이 등장하면서 이른바 '쩐의 전쟁'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넷플릭스와 티빙, 쿠팡플레이, 웨이브 등은 10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해 드라마와 영화 등을 선보이고 있고,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스포츠 경기 중계권을 독점적으로 확보하는 등 차별화를 통해 이용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벤처캐피탈(VC) 투자 이외에는 다른 자금줄이 없는 왓챠로서는 이들과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왓챠는 월간 이용자 수(MAU) 측면에서도 6~7위를 기록하며 OTT 서비스 중 최하위권으로 밀려났다. 지난해 말 유치한 투자금이 남아 당장 경영에 큰 어려움이 닥친 것은 아니지만 대형 OTT 기업들을 중심으로 시장에 지각 변동이 오면서 왓챠가 계속해 미래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 나가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 왓챠가 올 초부터 진행한 1000억원 규모 프리IPO에서 고배를 마신 것도 경영권 매각 카드를 꺼내게 된 데 주요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왓챠 성장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뿐 아니라 기업공개(IPO) 시장 위축에 따른 벤처투자 시장 침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이로 인해 왓챠가 다른 OTT 서비스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계획했던 음악과 웹툰 신사업 추진도 동력을 잃은 측면이 있다.


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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