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혼혈 국가가 국가냐"…헝가리 인종차별 망언에 '발칵'

'위대한 대체론'에 공감

우크라 전쟁 장기화 원인은 서방의 무기 지원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지난달 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지난달 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유럽인과 비유럽인이 섞인 나라는 더는 국가가 아니다”라며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해 정계가 발칵 뒤집혔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는 전날 루마니아 바일레 투스나드의 연례 연설에서 “(헝가리는) 인종이 섞인 사회가 아니고, 우리들은 혼혈이 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오르반 총리는 "유럽 인구가 이미 혼혈이라고 말하는 것은 국제주의 좌파의 이데올로기적 속임수"라며 음모론의 일종인 '위대한 대체론'에 수긍하기도 했다. 위대한 대체론은 유럽과 미국의 백인 사회가 이민 정책에 의해 희석되고 대체된다는 음모론을 말한다.



가디언은 오르반 총리가 “유럽인과 비유럽인이 뒤섞이는 국가를 겨냥해 수년간 비슷한 주장을 고수해왔지만, 이번 발언은 유독 노골적인 극우적 표현”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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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헝가리 야당 의원도 오르반 총리의 발언으로 "이 정권의 실체가 드러났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면서 헝가리의 혼혈 주민에게 "피부색이 다르고 유럽이나 다른 곳에서 왔더라도, 여러분은 우리 일원이며, 여러분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성은 국가를 강하게 해주지 약하게 만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루마니아에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루마니아의 한 유럽의회(MEP) 의원은 트위터에 "유럽 중부·동부와 같이 여러 인종이 섞인 지역에서 민족과 인종의 '순도'를 논하는 것은 지극이 위험한 망상"이라며 "오르반 총리 또한 그렇다"고 지적했다.

오르반 총리의 인종차별적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한 공개 연설에서는 아프리카를 '거지소굴'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편 친(親) 러시아 성향을 가진 유럽의 대표 극우 정치인으로 평가되는 오르반 총리는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지원을 비난했다.

오르반 총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에 현대식 무기를 더 많이 보낼수록 러시아는 전선을 더 넓힐 것"이라며 "우리가 하는 일은 전쟁을 장기화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러시아 편도 아니고 우크라이나 편도 아니라 둘 사이에 있어야 한다"면서 “서방이 할 일은 우크라이나 승리를 기원하는 게 아니라 평화 협상을 중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후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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