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 창업자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은 서점 방문을 즐기는 다독가다. ‘책 잘 읽는 방법’의 저자이기도 한 김 의장은 스스로를 ‘과시적 독서가’라 소개한다. 책 읽기가 중요하지만, 부담 없이 슬쩍 자랑도 하면서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 또한 때때로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신의 독서 습관이나 읽은 책, 인상 깊은 문구 등을 공유한다.
김 의장은 우아한형제들 직원들도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창업 초창기부터 ‘자기계발 도서비 무제한 지원’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책을 빌려서 읽을 수도 있지만, 직원들이 책에 낙서도 하면서 더욱 편하게 느끼도록 한 것이다. 도서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책의 종류도 사실상 제한이 없다. 유아용 서적이나 성인물 등이 아니라면 만화책이든 소설이든 상관없다. 또 책을 구매하더라도 독후감을 써야 하거나 읽은 것을 인증할 필요도 없다.
단 이 제도에는 중요한 조건이 있다. 온라인 구매는 안 되고 오프라인 서점에서 산 책만 도서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을 중시하는 김 의장의 철학이 담겨있다. 서점에 어떤 책을 사러 갔을 때 옆에 있는 다른 책에도 관심을 두게 되는 경험까지 제도에 담고 싶었던 것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자기 계발 도서비 지원 제도는 ‘편하게’ 보다는 조금 번거롭더라도 ‘책과 책 주변까지 경험의 폭을 넓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임직원들이 구매한 책은 6만여 권이다. 구매 상위 목록에는 회사 추천 도서인 ‘왜 일하는가’, 김범준 대표가 중간 리더들이 읽으면 좋을 책을 추천한 ‘일의 격’ 등이 이름을 올랐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엑셀, 구글 스프레드시트, 리더십, 소통 같은 직무 관련 도서들도 꽤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며 “책 값에 구애받지 않게 되자 쉽게 책을 구매해 공부하고 동료들에게 권하거나 같이 모임을 하는 사내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