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이 27일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가입 등 한미동맹 강화 행보에 대한 중국 측 우려와 관련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에게 설명했고 왕이 부장도 상당히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간담회에서 '이번 정부 들어 한국이 IPEF에 가입하고 일명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반도체) 동맹 참여를 검토하는 등 친미행보를 보이고 한중관계에는 소홀하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지적에 이같이 답변했다.
박 장관은 우선 "한국이 IPEF에 참여하는 것은 어느 특정국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인도태평양 지역 경제의 역동성과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했을 때 한국이 우리 국익을 유지하고 확대해나가는 과정에서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처음부터 참여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국제규범 만들어가는 데 한국이 룰팔로워, 즉 규칙을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룰메이커, 룰을 만드는 국가로서 참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칩4 동맹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로 그런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박 장관은 이달 초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계기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언급하고 "왕이 부장과 제가 공급망 부분을 얘기하고 IPEF 얘기를 했을 때 한중 간 의견이 다르다는 것은 저희 둘 다 인정했다"면서도 "그렇지만 한국 입장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왕이 부장이) 이해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으로서는 미국 주도의 반중 협의체로 평가받는 IPEF 등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한미관계와 대외경제 등 상황을 고려할 때 참여할 수밖에 없는 한국 입장도 이해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박 장관은 '한국이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아무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는 "가치가 다를 수도 있다"며 "그러나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는 상대방에게 분명히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의견이 다를 때 상대방이 오해하지 않도록 사전에 설명함으로써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지, 그 나라를 제외 또는 소외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이것을 사전에 잘 설명할, 외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박 장관은 칩4 동맹과 관련해서도 "한국이 만약 칩4 동맹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어느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 위한 게 아니고 한국의 국익 차원에서 판단하고 또 이와 관련된 국가들에도 모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중국이 만약 이에 대해 오해한다면 사전에 해소할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나아가 한중 경제협력과 관련해 "중국은 우리 최대 무역상대국"이라며 "한중 간 경제관계는 안정적으로 잘 관리돼야 한다. 한중 간 공급망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곧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며 "중국에서 또 다시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열고 이를 통해 여러 가지 관심사안, 현안사항에 대한 대화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박 장관은 한일관계에 있어 "일제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가 이뤄지기 전에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앞으로도 관련 당사자들과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해가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책임감을 갖고 노력할 것"이라며 "일본 측에서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성의있는 호응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현금화를 막기 위한 해결책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럼 피고기업의 재항고 시한이 끝나는 다음 달까지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냐'는 질문에 즉답하는 대신 "어쨌든 현금화가 이뤄지기 전에 이런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 지금 민관협의체를 가동해서 긴장감을 가지고 속도감 있게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 지지율 하락에 따른 대일외교 기조 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에는 "국제정세는 늘 변한다. 지지율도 마찬가지"라며 "역대 역사에 이름을 남긴 지도자들을 보면 재직 중 그렇게 인기가 높지는 않았지만 해야 할 일을 하고 나중에 평가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말씀드린 대로 대한민국 외교의 방향, 가치, 원칙을 지켜가면서 가려고 한다. 한일관계도 한중관계도 마찬가지"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