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영화

[OTT다방] '모아나' 감독이 만든 무서운 바다괴물 영화 '씨 비스트'

넷플릭스 신작 '씨 비스트(The Sea Beast)'

무시무시한 바다 괴물, '헌터'가 되고 싶은 아이

나와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 공존하는 법

따뜻한 이야기애 귀여운 캐릭터는 덤

직접 맛보고 추천하는 향긋한 작품 한 잔! 세상의 OTT 다 보고 싶은 ‘OTT다방’


영화 ‘씨 비스트’ 포스터 / 사진=넷플릭스영화 ‘씨 비스트’ 포스터 / 사진=넷플릭스




“영웅이라도 틀릴 수 있으니까요”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태어난다. 태어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교육을 받고 그 사회의 지식과 문화를 답습한다. 그러나 어릴 때 옳다고 믿었던 것들이 더 넓은 세상을 만나고 나면 그게 아니었다고 느껴지는 때가 있다.

영화 ‘씨 비스트’는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바다괴물과의 싸움을 끝내는 이야기다. ‘씨 비스트’의 주인공 메이지 브럼블은 어릴 때 읽은 영웅담 책을 읽고 무작정 바다 괴물 사냥꾼이 되기 위해 사냥꾼의 배에 올라탄다. 부모님이 바다 괴물과 싸우다가 돌아가셔서 세상에 홀로 남겨진 아이는 부모님이 영웅이라고 믿는 그 자긍심 하나로 살아간다. 부모님을 따라 바다 괴물 사냥꾼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은 메이지는 어릴 때부터 읽었던 책에 등장하는 ‘가장 훌륭한 사냥선’인 ‘인에비터블 호’에 타기 위해 보육원을 뛰쳐나온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바다 괴물 사냥꾼이 어린아이를 그냥 받아줄 리 없다. 인에비터블 호가 마을에 도착했을 때 메이지는 차기 선장인 제이콥에게 자신을 받아달라 청하지만 제이콥은 아이를 집으로 돌려보낸다. 아이라고 얕봤지만 메이지는 결국 다른 방법으로 인에비터블 호에 올라탄다. 메이지를 태운 배는 이미 출항했고 선장에게 바다 괴물 사냥꾼이 되고자 하는 본인의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준 메이지는 배에 남아 바다 괴물을 공격하기 위한 여정을 함께 하게 된다.

인에비터블 호의 선장은 30년 전 바다 괴물의 최강자인 ‘레드 블러스터’에게 눈을 잃었다. 그리고 왕실은 이제 레드 블러스터를 잡아오지 않으면 보상을 내리지 않겠다고 한다. 3대에 걸쳐 한평생 바다 괴물 사냥꾼으로 살아온 그에게 레드 블러스터와의 싸움은 인생의 목표다.

영화 ‘씨 비스트’ / 사진=넷플릭스영화 ‘씨 비스트’ / 사진=넷플릭스


이런 비장한 초반 설정에 비해 이야기의 진행은 다소 잔잔하다. 무작정 바다 괴물에 대한 공격으로 이들을 배척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당연히 옳은 것은 아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만들어진 이야기를 진실로 받아들이고 살아왔다는 설정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한평생,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괴물은 우리의 적이야”라고 믿어왔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괴물과의 전쟁을 끝내자”는 말 한마디에 눈앞의 괴물을 죽이지 않는다는 점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 다우면서도 개연성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제이콥과 메이지, 레드 블러스터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로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가거나 어떤 사건이 있었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만남과 동시에 서로를 이해하고 어린아이의 순수함에만 의존해 거대한 존재의 무해함을 드러낸다. 이들의 세월과 관계를 연결할 만한 ‘만들어낸 영웅’과 같은 존재가 있었다면 더 탄탄한 구성이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의지할 수 있는 혈연이 없던 제이콥과 메이지의 ‘선택하는 가족’ 이야기는 뭉클하다. “한참을 가족인 척하면 진짜처럼 느껴질까요?”라는 아이의 말은 바다에서 홀로 살아남아 어릴 때부터 억센 바다 괴물 사냥선에서 홀로 자라온 아이인 제이콥이 잊고 있던 외로움을 기억하게 한다. 메이지는 본인이 선택할 수 없었던 보육원의 가족을 버리고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반려동물과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살기를 택한다. 작품 초반의 제이콥처럼 메이지를 아이라고 얕보다가 속수무책으로 반해버리게 되는 장면이다.



귀여운 외모의 바다 괴물은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다. ‘모아나’, ‘빅 히어로’를 제작한 크리스 윌리엄스 감독의 작품인 만큼 귀엽고 동글동글한 캐릭터들이 눈에 들어온다. 크기가 매우 크고 여러 개의 다리를 가진 다소 징그러운 외모의 괴물도 있지만 이들이 잔인하게 사람을 공격하는 장면은 드러나지 않고 주인공 메이지가 만나는 어린 바다괴물은 작은 크기의 몸으로 통통 뛰어다니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장 강한 바다괴물인 레드 블러스터도 크기는 크지만 둥근 외형을 가지고 있어 친근하게 다가온다. 거대한 레드 블러스터 위에서 바다를 가로지르는 장면은 바다의 시원함을 그대로 전달한다.

이처럼 ‘씨 비스트’는 귀여운 캐릭터를 통해 나와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넓은 세상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다소 억지스러워 보일 수 있는 동화적 스토리지만 우리가 당연하게 지나갔던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좁은 세상에서 벗어나 나와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 공존하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시식평 - 귀여운 괴물과 함께 시원한 바다를 가로지르자



이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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