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0 대 3 대패다. 한일전 참사가 1년 4개월 만에 재연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옛 동아시안컵) 최종전에서 0 대 3으로 졌다.
한일전 0 대 3 패배는 이제 익숙한 일이 됐다. 2011년 삿포로 참사(0 대 3)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한국은 지난해 3월 일본 요코하마의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평가전에서도 0 대 3으로 졌다. 지난 6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도 0 대 3 참패가 나왔다. 17세 이하(U-17) 대표팀까지 포함하면 각급 대표팀 통틀어 4연속 0 대 3 패배다.
앞서 중국과 홍콩을 모두 3 대 0으로 꺾고 2연승을 달렸던 한국은 이날 일본과 마지막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대회 4연패를 달성할 수 있었지만 오히려 쓴맛을 제대로 봤다. 한국은 이날 유효 슈팅 1개에 그치는 수모를 당했다.
한국은 2003년 시작된 동아시안컵 남자부에서 최근 3회 연속(2015년·2017년·2019년) 및 최다인 5차례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패배로 4회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지 못했다. 일본은 2013년 이후 9년 만이자 통산 두 번째 정상에 올랐다.
벤투 감독은 조규성(김천)을 최전방에 세웠고 나상호(서울)와 엄원상(울산)을 좌우 측면에 배치했다. 중원에는 김진규(전북)와 권창훈(김천)을 비롯해 중앙 수비수인 권경원(감바 오사카)을 배치했다. 수비에서는 김진수와 김문환(이상 전북)이 좌우 풀백에 섰고 박지수(김천)와 조유민(대전)이 중앙 수비를 맡았다. 골키퍼 조현우(울산)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골문을 지켰다.
한국은 전반 내내 일본의 공세에 시달렸다. 전반 19분에는 권경원이 공을 빼앗기는 바람에 실점 위기를 맞기도 했다. 소마 유키의 슈팅이 오른쪽 골대를 맞고 나온 게 천만다행이었다.
한국은 결국 후반에 무너졌다. 전반 4분 소마의 헤딩 슛에 선제골을 빼앗겼다. 페널티 지역 정면에서 후지타 조엘 치마가 올린 크로스를 소마가 골 지역 왼쪽으로 쇄도해 헤딩으로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후반 11분 엄원상을 빼고 송민규(전북)을 투입해 공격의 실마리를 찾아보려 했지만 오히려 후반 18분 코너킥 상황에서 사사키 쇼에게 추가 골을 내줬다.
한국은 후반 23분 권창훈과 박지수를 빼고 이영재(김천)와 조영욱(서울)을 투입했다. 중앙 수비수 박지수 자리로 권경원이 이동했다. 결과적으로 권경원의 수비형 미드필더 실험은 실패였다. 이후 한국은 후반 27분 마치노 슈토에게 쐐기 골까지 허용해 추격 의지가 완전히 꺾였다. 한국은 후반 32분에야 송민규가 첫 유효 슈팅을 만드는 데 그쳤다.
이날 패배로 일본과 역대 맞대결 전적은 42승 23무 16패가 됐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전적을 놓고 보면 6승 7무 6패로 동률을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