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과 은행권이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금융 서비스’ 제공 방안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최근 금융 당국이 청년층 등 특정 계층에만 집중된 금융 대책을 발표하면서 ‘역차별’ 논란이 일자 금융 취약 계층 보호에도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 달 9일 금융 당국은 은행연합회와 ‘고령자·장애인의 금융 제약 해소를 위한 관계 기관 간담회’를 갖는다. 간담회에서는 고령자와 장애인 등 금융 취약 계층에 대한 은행들의 금융 서비스를 점검하고 관련 정책도 발굴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은행연합회는 26일까지 각 은행으로부터 고령·장애인 금융소비자 전담 창구 유무나 시각장애인용 자동화기기 설치 여부, 자동응답(ARS)과 애플리케이션 이용 편의성 등의 자료를 제출받았다.
그간 은행권에서는 금융 소외 계층을 위한 서비스 제공이 제한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예컨대 고액 자산가를 위한 자산관리(WM) 특화 점포는 다양하지만 ‘금융 취약 계층 전용 점포’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영업과 은행들의 점포 통폐합 작업이 가속화되면서 대면 영업에 익숙한 금융 소외 계층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실제로 현재 주요 시중은행 중 고령자나 장애인 전용 점포를 별도로 운영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대신 일부 영업점에서 고령자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제한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이다. 청년 목돈 마련을 위한 예적금 상품 등은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을 위한 금융 상품도 생소하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대출 시 우대금리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장애인 전용 수신 상품은 없다”고 말했다.
은행 자체적으로 금융 서비스 소외 계층의 불만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KB국민은행은 이달 전국 878개 영업점을 자체 조사해 장애인 편의 시설 설치 현황을 파악한 뒤 휠체어 이동이 용이하도록 경사로를 확대 변경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신한은행은 기존 점포 중 휠체어 출입이 편리하거나 수어 상담이 가능한 곳을 ‘장애인 친화 영업점’으로 선정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금융 당국과 은행권이 함께 머리를 맞대기로 한 것은 일부 은행들만 차별을 해소하는 것으로 금융 서비스 소외 계층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이 다른 기업보다 높은 ‘공공성’을 요구받는 만큼 정부의 지원과 협조도 필요하다. 아울러 최근 청년층 등 특정 계층에만 집중된 금융 대책을 발표하면서 ‘역차별’ 논란이 거세진 것도 소외 계층 문제 해결에 나선 이유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