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8일(현지 시간) 오전 2시간 넘게 통화하며 대만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불 장난하면 불에 타 죽는다”는 거센 표현을 동원해 경고했다고 중국 측은 전했다. 시 주석이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추진을 겨냥해 날 선 반응을 보인 것으로 해석되는 가운데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대만 방문 여부를 공개하지 않은 채 29일부터 아시아 순방길에 올랐다.
백악관은 이날 두 정상 통화 후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으며 미국은 현상을 바꾸거나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려는 일방적인 노력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이밖에도 글로벌 이슈와 기후, 보건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중국 역시 두 정상이 솔직하게 소통했다고 강조했으나, 시 주석이 대만 문제에 보다 강경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우리는 대만 독립과 분열, 외부 세력의 간섭에 결연히 반대하며 어떤 형태의 대만 독립세력에게든 어떤 형태의 공간도 남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바꾸지 않았으며, 미국은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덧붙였다.
시 주석은 또 “전략 경쟁의 시각에서 중·미관계를 정의하고, 중국을 가장 주된 적수로 보는 것은 중·미관계의 오판”이라며 “양측은 현재의 소통 채널을 잘 이용해 협력을 추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측은 중국 측과 원활하게 대화하고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오해와 오판을 피하며, 이익이 합치하는 분야에서 협력을 추구하는 한편 이견을 적절하게 관리·통제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 측 요청에 따라 이번 통화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두 정상은 대면회담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전해졌다. 미 고위당국자는 "두 정상이 대면 회담의 가치에 대해 논의했으며 실무팀이 상호 동의할 수 있는 시간을 찾는 것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초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양측의 대면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한편 CNBC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펠로시 의장이 29일부터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을 찾을 예정이라며, 일정표 상 대만 방문은 ‘잠정적’으로 표기돼 있다고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4월 대만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확진으로 취소했다. 최근 다시 방문을 추진하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미중 갈등의 핵심으로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