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처음으로 한인 이름을 딴 다리가 생긴다.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시에 위치해있는 다리의 정식 명칭은 '인숙백 브릿지(Insook Baik bridge)’로, 1981년부터 이곳에 거주한 백인숙(71) 씨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전장 235m인 이 다리는 2008년 6차선으로 건립됐지만 지금까지 이름이 없었다.
다리의 명명은 올해 초 게란 타르 주 하원의원의 법안(HB 359) 발의로 시작됐다. 조시 레바크 주 상원의원이 이 법안을 'SB 203'에 추가했고, TV 생중계 등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최근 상원에서 통과됐다.
게란 타르 의원의 보좌관인 송명근 씨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게란 타르 의원은 한국과 관련한 어떠한 법안도 제출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인숙백 브릿지'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키는 데 앞장섰다"고 밝혔다.
송 씨에 따르면 앵커리지시는 다음 달 7000달러(약 914만 원)를 들여 간판을 부착하고 명명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리에 백씨의 이름이 붙여진 이유는 지역 내에서 유명한 그의 선행 때문이다. 백씨는 부산 출신으로 1981년 앵커리지로 이주했으며 현재 '마운틴 뷰 쉘'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매년 추수감사절에 어려운 이웃에게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선행을 베풀어 현지 언론에 수차례 보도됐다.
앵커리지 데일리 뉴스는 지난해 11월 25일 "백 씨는 추수감사절 만찬을 위해 900개의 접시를 준비했고 햄과 칠면조, 옥수수, 으깬 감자, 호박파이 등을 만들었다"며 "그는 이웃들이 음식을 먹으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좋아한다"고 보도했다.
백 씨는 다리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다는 제안을 듣고 처음에는 거절했다고 한다. 그는 "별로 잘한 일도 없는데 부담스럽게 다리에 이름을 붙이느냐. 다른 사람 이름으로 하라고 사양했더니 계속 설득하더라고요. 또 아들도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니 그렇게 하시라고 해서 받아들였다"며 "우리 시에서는 아주 중요한 다리에 제 이름을 붙여져서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