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글로벌 현장에서]한국으로 눈 돌리는 코스타리카

◆김진해 주코스타리카대사

중진국 넘어 선진국으로 도약 위해

韓을 경제발전 핵심 파트너로 선택

민주주의·인권 등 가치 공유한 양국

국제무대에서 협력의 여지 무궁무진

김진해 주코스타리카 대사김진해 주코스타리카 대사




코스타리카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순수한 삶’을 의미하는 ‘푸라 비다(pura vida)’이다. 만날 때도, 헤어질 때도, 감사의 뜻을 표할 때도 애용하는 상용구이다. 단순한 인사말을 넘어 낙천적이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자부심이 느껴진다.



코스타리카는 세계사에 드물게 70년 이상을 군대 없이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켜온 나라이다. 1948년 군대를 폐지하고 그 비용을 교육과 복지 그리고 환경에 투자해 온 결과 중남미 지역에서 경제적인 발전과 함께 환경보호에서 세계적인 모범 국가가 됐다. 남한의 절반인 면적에 전 세계 생물 다양성의 6%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토의 25%가 자연 보존 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지난해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가입했다.

지금 코스타리카에는 한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코로나19가 가져다준 긍정적인 역할이라고 생각된다. 지난 2년여간 인터넷을 통해 코스타리카 사람들은 한국의 드라마·영화·음악·음식 등의 순수한 팬이 됐으며 한국 문화에 한층 친숙함을 느끼고 있다. 덕분에 올해 한·코스타리카 수교 60주년 기념 문화 행사마다 한류 팬들로 대성황을 이뤘다.



5월 개최된 K페스티벌에 새벽부터 수백 m 줄을 서서 입장했으며 7월에 개최된 각각 K시네 및 K팝 페스티벌에 수많은 팬이 자리를 함께했다. 공관 초청으로 한복과 전통놀이·음식 등 한국 문화 체험에 참석한 고교생 중에는 한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다는 학생들도 여러 명 있었다.

관련기사



코스타리카는 민주주의·인권·환경 등의 가치를 한국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중남미 진출의 핵심 협력국으로 자리하고 있다. 또 중진국을 넘어 선진국으로 도약을 고민하는 코스타리카는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인 한국의 경험을 배우고 싶어한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경제 발전 경험과 함께 인프라·디지털·정보기술(IT) 등의 분야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코스타리카는 한국을 코스타리카 경제 발전의 중추적 협력 파트너로 보는 것이다.

그간 코스타리카는 농업과 서비스업 중심의 경제성장을 이뤄왔고 제조업에서는 의료 장비가 핵심 산업이다. 또한 양국 간 한·중미 자유무역협정(FTA)이 2019년 발효했으며 2019년 대비 2021년 양국 교역량이 약 1.8배 증가하는 등 무역이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코스타리카는 안정적인 정치 환경, 투명성을 중시하는 사회 시스템, 우수한 인적 자원과 함께 미주 대륙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는 지리적 이점 등이 있다. 특히 코스타리카와는 디지털·인프라·의료 분야의 협력이 유망해 보인다.

코스타리카는 2010년 우리의 전자조달시스템을 최초로 도입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디지털 정부 사업의 일환으로 조세·관세·행정 분야의 전자 정부를 추진하고 있다. 인프라 분야에서 코스타리카가 절대적으로 취약한 철도·도로 및 항만 건설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한국에 대한 코스타리카의 수출품 1위는 의료 장비다. 코스타리카는 의료 수준도 높고 의료 분야에서 다국적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경험이 축적돼 있다. 우리로서는 블루오션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 정부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면서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해 자유·평화·번영에 적극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 도약한다는 외교적 목표를 표방하고 있다. 양국 모두 지향하는 외교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으며 상호 경제적 협력의 필요성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양자 간 및 국제무대에서 협력의 여지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된다.

세계는 한국이 새로운 세계 질서 형성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5월 출범한 코스타리카의 새 정부도 한국에 그러한 기대를 하고 있다. 만나는 코스타리카 사람들은 한결같이 한국을 배우고 싶다고 한다. 필자는 무엇보다 한국은 이미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선진국이나 이제는 문화적으로도 선진국이라는 말을 들어 감회가 깊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