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예보한도 21년째 5000만원…"올릴때 됐다"

['역머니무브'에 상향 목소리]

인터넷은행 가파른 성장세에

카뱅 미보호 예금 10조 육박

전체 수신 금액의 3분의1 달해

예보 "내년 8월까지 제도 개선"





금리 인상으로 시중 자금이 예적금으로 몰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며 이제 출범 5년을 갓 넘긴 인터넷은행에도 예금자 보호 한도를 초과하는 자금이 10조 원 넘게 쌓였다. 인터넷은행의 성장과 함께 고액 자산 예치 비중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예금보험공사의 예금자 보호 한도 확대 상향 논의의 속도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카카오뱅크에 보관된 자금 중 예금자 보호 한도인 5000만 원을 초과하는 예금 규모는 총 9조 8199억 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수신 금액의 3분의 1 수준으로 6조 5687억 원이었던 1년 전보다 3조 원이나 더 늘었다. 여기에 토스뱅크·케이뱅크의 미보호 예금까지 합산하면 규모는 10조 원을 훌쩍 넘는다.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과 달리 고액 자산가만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뱅커(PB) 상품을 갖추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렇게 빠르게 예적금 규모를 늘리는 점이 눈에 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10억 원 이상씩 예치된 금액도 1분기 기준 4000억 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하거나 고금리 파킹 통장을 출시하며 간편함을 내세운 인터넷은행들의 전략에 큰손들도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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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으로 인터넷은행들의 수신 금액이 지나치게 빠르게 늘어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비교적 신생 금융사인 인터넷은행들의 수익 기반이 탄탄하게 못한 상황에서 미보호 예금 규모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스뱅크의 경우 출범 1년도 안 돼 360만 명이 넘는 고객을 유치하면서 급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1분기 654억 원의 순손실을 나타냈다.

금융권에서는 금리 인상으로 아직 초기 단계인 인터넷은행들에도 돈이 몰리는 상황에서 예금자 보호 한도 확대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금자 보호 한도는 2001년 이후 21년째 제자리다. 국회에는 예금자 보호 한도를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늘려야 한다는 예금자보호법 일부 개정안이 총 2개 발의된 상태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01년 대비 3배가량 증가했다”며 “은행?보험의 보호 한도를 1억 원으로 상향해 성장한 경제 규모에 상응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예금보호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호 한도가 확대된다면 인터넷은행에도 긍정적이다. 시중은행 대비 자산 규모나 신뢰도 면에서 아직 뒤처지는 만큼 보호 한도가 늘면 증가한 금액에 비례해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예금 보호 한도를 초과하는 예금 규모가 늘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이용자는 5000만 원 이하로 넣는 경우가 많다”며 “한도가 상향되면 1인당 예치금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연초 시중은행과 증권사 계좌에 넣어뒀던 돈 일부를 토스뱅크 파킹 통장으로 옮긴 직장인 김 모(30) 씨는 “가진 7000만여 원을 모두 옮길까 하다 혹시 모르니 이자를 포함했을 때 예금자 보호가 되는 4800만 원 정도만 옮겼다”며 “한도가 상향되면 돈을 모두 옮기고 주거래 은행을 바꿀 의향도 있다”고 했다.

한편 예보는 내년 8월까지 예금보험 제도 개선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예보 측은 2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 보고에서 “현재 금융사가 부담하는 금전의 상당 부분이 과거 구조조정 비용 상환에 충당돼 미래 예금자 보호를 위한 기금 적립이 충분치 못하기 때문에 제도 전반에 대한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특히 보호 한도 조정은 경제 규모 확대 및 금융 환경 변화, 기금 확충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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