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이제 우리나라는 독자 기술로 1톤급 이상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세계 7번째 나라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동안 독자 기술 확보에 이르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선진국들은 우주기술이 미사일 개발로 악용될 것을 우려해 기술을 특허가 아닌 공개되지 않는 영업비밀로 관리한 탓에 후발국들이 우주기술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후발주자로서 선진국에 기술 협력을 타진했지만 엄격한 국가 간 기술이전 통제로 거절당했다.
오늘날 우주는 미지의 영역에서 새로운 개척지로 변모했다. 과거 우주개발은 정부와 군이 주도하던 공공 및 국가안보 영역이었다. 최근 우주개발은 민간이 주도하는 상업화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해지는 뉴스페이스(New Space)로 발전 중이다. 미국 우주재단에 따르면 2020년 우주경제 규모는 523조 원으로 이 중 민간이 약 80%를 차지한다. 2020년 한 해만 1230개의 인공위성이 발사됐다. 이 가운데 89%가 상업용이다.
민간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기술 보호 수단으로 영업기밀과 함께 특허가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선진국들이 외부 위탁과 공동 연구 등 우주기술 상업화 과정에서 핵심 기술 무단 모방을 방지하고 선도적 지위를 유지하고자 특허 보호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글로벌 기업들은 일찍이 우주산업의 성장성에 주목해 우주산업 주도권을 잡고자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와 아마존의 최고경영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이 대표적이다.
스페이스X는 기술 유출을 우려해 우주비행기술을 가급적 영업비밀로 보호한다. 경쟁 기업이 기술을 베끼기 위해 특허에 기재된 기술 정보를 레시피북(Recipe Book)처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원클릭 결제’ 특허로 아마존을 키운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은 특허를 선호한다. 블루오리진은 발사 비용 절감을 위해 우주발사체의 해상 착륙 기술을 특허로 2009년에 신청해 2014년 특허를 받았다. 때마침 우주발사체의 해상 착륙 시험에 성공한 스페이스X는 이 특허를 걸림돌로 판단해 즉각 특허 무효심판을 제기했다. 우주기술 분야도 특허분쟁에서 더 이상 자유로울 수 없다는 단적인 사례다.
유럽특허청에 따르면 우주비행기술 특허신청은 2009년 400여 건에서 2017년에 2200여 건으로 10년이 채 안돼 5배 이상 증가했다. 1990년부터 2017년까지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신청한 우주비행기술 특허 규모는 전 세계의 5%를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미국(38%), 중국(19%), 일본(10%), 독일(9%), 프랑스(8%)에 이어 세계 6번째다.
앞으로는 우주를 지배하는 국가가 전 세계를 이끌어 간다고 한다. 정부는 2024년까지 민간 전용 우주로켓 발사장을 건설하고 2031년 달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민간과 함께 내년부터 2031년까지 약 2조 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당장 8월 5일(현지 시간) 우리나라 최초 달 탐사선인 다누리호가 미 우주군 기지에서 글로벌 기업 스페이스X의 재활용 로켓에 실려 발사된다.
이번 누리호 발사에는 300여 개 국내 기업들이 참여했고 향후 더 많은 기업과 인재들이 우주산업에 진출할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우주산업 분야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기업과 연구소들도 지식재산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정부도 우리가 애써 개발한 우주기술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고 지식재산권으로서 제대로 보호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