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동십자각] 극장 갈 '결심'이 필요한 때

박준호 문화부 차장





사회적 거리 두기의 해제와 함께 관객이 돌아온 극장가, ‘범죄도시2’ ‘탑건: 매버릭’ 등의 흥행 성공에 힘입어 큰 기대감 속에 개봉한 대작 한국 영화들의 흥행세가 생각만큼 강하지 않다. 700만 명 초중반이 손익분기점인 ‘외계+인’ 1부는 30일까지 128만 명 관객 동원에 그쳤다. 손익분기점 약 600만 명의 ‘한산: 용의 출현’은 개봉 닷새째인 31일 200만 명을 넘어섰다. 전편 ‘명량’의 역대 최고 흥행 기록에 얼마나 다가설 수 있을지가 관전 대목이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관람 문화다.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 등에서 나오는 평가를 찾아본 후 영화관에서 반드시 봐야 한다는 판단이 서지 않는 이상 굳이 극장을 찾지 않는다는 얘기다. 입소문은 관객들의 발길에 영향을 주는 결정적 촉매로 작용한다. 영화 관람에 일종의 ‘결심’이 필요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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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된 영화관 관람료의 영향도 무시하기 어렵다는 게 많은 팬들의 지적이다. 주말에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의 일반관에서 영화를 보려면 1만 5000원이 든다. 아이맥스·돌비시네마·슈퍼G 등 특별관 관람료는 2만 원 이상이다. 적잖이 높아진 가격에 가족·친구·지인들과 ‘할 것도 없는데 영화나 보러 가자’고 선뜻 말을 꺼내기 부담스럽다.

극장 측이 1년여 사이 관람료를 3000~4000원 올린 건 너무 급격하다는 비판이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은 극장만 타박하기도 어렵다. CJ CGV, 롯데컬처웍스, 메가박스중앙 3사가 2020·2021년 2년간 기록한 영업적자의 합이 1조 651억 원에 이른다. CJ CGV는 28일 배급사에 지급할 대금과 채무 상환을 위해 4000억 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5월부터 영업흑자를 내기 시작했지만 갈 길이 멀다. 한 극장 관계자는 “팬데믹 기간 발생한 금융비용 때문에 몇 년은 당기순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결국 극장에서 꼭 봐야 할 만큼 영화를 잘 만드는 수밖에 없다. 초기 입소문이 잘못 퍼져서 흥행에 미치는 악영향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잘 만들어졌다는 입소문이 퍼져서 팬을 모을 수 있으면 관객을 극장으로 모을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영화 ‘헤어질 결심’이 저조한 초기 흥행에도 4주 이상 장기 상영에 들어가며 결국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라는 화제성에도 개봉 2주 차가 되도록 관객이 100만 명에 못 미쳤다. 하지만 두 번 이상 본 관객들의 비중이 높았고 이들의 입소문 덕분에 꾸준히 관객을 확보했다.

극장도 마찬가지다. 관객들은 가격이 올라간 만큼 서비스 품질의 부족함을 참지 않는다. 영화관의 서비스에 대해 ‘블라인드’ 애플리케이션 등에 올라오는 불만의 글이 현저히 늘었고 논란도 많다. 결국 얼마나 잘 하느냐에 달린 일이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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